북한이 어제 또다시 극초음속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쐈다. 5일 새해 첫 미사일 도발 이후 엿새 만이다. 이번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논의한 비공개 회의가 열린 직후 이뤄졌다. 우리 군은 이번 미사일이 이전보다 비행속도와 사거리에서 진전된 것으로 평가하면서 제원과 특성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강한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북한에 대화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 논의에 맞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무기개발 일정에 따라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간 신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이중 기준 철회를 요구해온 북한으로선 이번 연쇄 도발로 그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과시한 것이다. 아울러 며칠 전 우리 군 당국이 “성능이 과장됐다”며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을 평가절하한 데 대해 보란 듯이 무력시위로 반박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의 거리낌 없는 도발은 미중 간 전방위 패권경쟁과 미-러 간 유럽전선 대결로 나타난 신(新)냉전 기류와 무관치 않다. 동서 냉전시절을 방불케 하는 ‘미국 대 중·러’ 대결구도가 뚜렷해지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동전선도 무너지고 있다. 북한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어제 도발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전략안정대화가 기존 입장만 재확인한 채, 그리고 유엔 안보리가 초보적 대북 조치도 내놓지 못한 채 끝난 뒤였다.
앞으로 북한 도발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그에 맞선 국제사회의 대응은 무기력해지면서 가장 큰 위험의 한복판에 서게 되는 것은 한국이다. 북한이 지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신무기는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단거리 타격무기들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한미 공조를 핑계 삼아 북한 달래기에 급급하다. 바다 건너 한반도 정세관리에만 치중하는 미국과는 처지가 전혀 다르다. 커지는 위협을 외면하는 유화책으론 지금의 불안한 평화도 결코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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