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강화 “기업 벌주기” 악용 소지 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2일 00시 00분


2021년도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모습. 뉴스1
2021년도 제9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모습. 뉴스1
국민연금이 주주를 대신해 기업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기금 수익을 관리하는 기금운용본부가 소송 여부를 결정하고 예외적인 사안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맡지만 앞으로는 수탁위를 소송 전담 창구로 일원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금 수익을 감안하지 않은 채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상장사협의회 등 7개 경제단체가 10일 “기업 벌주기식 주주활동”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한 이유다.

주주대표소송 강화로 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위의 법적 지위가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상설기구로 내부 투자위원회 등을 통해 소송이 타당한지, 향후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소송의 결과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반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위는 비상설기구로 심층적 분석이 어렵고 소송의 결과에 책임을 묻기 힘든 한계도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주주대표소송이 여론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총회를 통해 의결권을 대거 행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경영개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사가 3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 주주대표소송 대상이 지분 0.01% 이상인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의 주요 기업 대부분이 이번 소송 강화 조치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셈이다.

한국은 각종 규제로 기업 하기 힘든 나라로 통한다. 이미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뼈대로 한 규제3법이 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이 본격화하면 상장기업은 소송으로 날을 지새워야 할 판이다. 과도한 소송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연금 가입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국민연금#주주대표소송#강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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