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함께 이끌어 나갈 기자를 찾습니다. NFT 분야에 능통한 인재들의 도전을 기다립니다.”
최근 불어닥친 대체불가토큰(NFT·Non-Fungible Token) 열풍을 감안하면 이런 식의 언론사 채용 공고가 허무맹랑하게 들리진 않을 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 기사 작성은 물론이고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여기에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식견을 요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고재무책임자를 뽑기 위해 채용 공고를 냈는데 “미디어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며 ‘암호화폐 분야에 능통할 것’이라는 지원 자격을 제시하기도 했다.
NFT는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숫자와 문자로 만든 표시를 디지털 자산에 심어 해당 저작물이 원본임을 증명해 주는 기술이다. 일종의 디지털로 공증하는 ‘원본 증명서’다. 다시 말해 디지털이 지닌 무한 복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복제’를 ‘원본’으로 바꾸는 자산 형태를 의미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NFT는 한 번 생성되면 삭제 또는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소유권과 거래 이력도 반드시 남게 된다.
다시 말해 원본의 독점적 사용권이나 초상권, 저작권 등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원본임을 입증하는 디지털 이미지 형태의 NFT 파일을 거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명 작가의 오리지널 그림을 그대로 두고 이를 스캔한 다음, 디지털 파일을 NFT로 변환시켜 경매에 내놓을 수도 있다. 1개가 아니라 10개, 100개 이상의 원본 파일 발행도 가능하다.
따라서 디지털 형태의 예술품이나 사진, 동영상, 오디오뿐만 아니라 ‘거래내역조차’ 디지털 원본임이 입증되면 그 희소가치를 인정받아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에 거래된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가 날린 ‘첫 트윗’은 약 32억7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런 이유로 NFT는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관련 비즈니스 업계의 열렬한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의 블록체인 포렌식 업체인 체인어낼리시스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까지 전 세계 NFT 거래 규모가 약 31조8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외 언론 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NFT에 관한 내용을 쓴 뉴욕타임스(NYT) 케빈 루스의 온라인 기사가 약 6억4000만 원에 팔렸다. AP통신은 우주에서 바라본 2020년 미국 대선 선거인단 사진으로 2억 원을 벌어들였다. 중국에서는 신화통신이 지난 한 해 동안 기자들이 촬영한 사진 11장을 1만 장씩 NFT로 만들고, 특별판 1개를 추가해 총 11만1개의 NFT를 발행했다.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 언론사라는 점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한 중국의 행보와 상반된다. 아직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국내 언론사들도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언론사들이 선보인 NFT 상품은 이벤트 성격이 짙고 사업성을 판단하기 위한 실험 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로 아카이브를 디지털로 재가공하는 방식이어서 성장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하기 때문에 암호화폐의 변동에 따라 NFT의 자산 가치가 등락을 거듭할 우려도 있다. 또 NFT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작품은 순수한 디지털아트라기보다는 전통적 미디어가 만든 저작물을 단순히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했을 뿐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존재한다.
두드러지는 한계점도 있지만 NFT를 그저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하기에는 시장 자체가 이미 커져 버렸다. 현재로서는 성장의 한계를 예측하기 어렵다. 과열은 있겠지만 암호화폐처럼 NFT도 쉽게 멈추지 않는 성장이 예상된다. 2010년 5월 비트코인의 첫 거래가 이뤄졌을 때만 해도 개당 2.7원에 불과했다. 그랬던 비트코인이 작년 국내 기준으로 8200만 원을 넘어섰고 다소 조정을 거쳐 현재 5000만 원 전후에 거래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이 8000만 원을 넘는 날이 올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NFT의 몸값이 더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이미 가상이 현실을 압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가치에 투자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NFT 열풍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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