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전격 對北 제재에 뒷짐진 한국, 국제 ‘왕따’ 자초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4일 00시 00분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2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도발에 맞서 미사일 부품과 소프트웨어 조달에 관여한 북한인 6명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기업 1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제재는 지난해 말 인권 제재 이후 두 번째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는 처음이다. 아울러 미국은 유엔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도 추진할 방침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성공’ 발표 하루 만에 전격적인 제재를 단행한 것은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았고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그간 대화와 외교를 앞세운 실용적 접근법을 일관되게 유지했으나 이것이 북한에는 미국의 무관심 또는 나약함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선 압박책 병행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은 머지않아 미국에도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인 만큼 더 큰 도발을 막기 위해서도 적극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군사적 분석 결과도 고려했을 것이다.

미국이 당장 외교 우선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끝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미국은 패권도전자 중국과 질서교란자 러시아를 상대하는 데도 힘이 벅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협박에 우close유부단하다고 비판받는 바이든 행정부로선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본보기로 북한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인내가 무너지면 격한 분노로 나타나는 것은 국제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 정세의 평화적 안정적 관리’를 내세우며 북한에 대한 경고 한마디 없이 대화 재개에만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의 제재 조치에도 “대화와 함께 제재 이행도 긴요하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남한 전역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 가공할 타격무기 개발을 두고도 남의 일이라는 듯 딴청만 피우는 모습이다. 이러다간 동맹 간, 나아가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서 배제될 수 있다. 미국이 사전 통보는 했다지만 본격적 협의 없이 대북 제재를 전격 단행한 것도 한국에 대한 간접 경고일 것이다.
#조 바이든#북한#극초음속미사일 도발#한국#국제 왕따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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