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어제 종일 어수선했다. 심상정 대선 후보가 12일 선거 일정 전면 중단이라는 폭탄선언을 한 뒤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심 후보 의원실을 찾은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후보가 연락이 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의당 선대위원들도 일괄 사퇴했다.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정의당 선대위가 사실상 해체된 것이다.
▷심 후보는 지금의 선거 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당내에선 정체 상태인 지지율이 혼돈의 도화선이 됐다는 관측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비교할 순 없어도 한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어깨를 겨뤘던 심 후보의 지지율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대가 무너져 충격이 컸다고 한다. 이런 추세를 뒤집을 만한 뚜렷한 묘책도 보이지 않아 더 답답했을 것이다.
▷반면 안 후보 지지율은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국민의힘 내부 분란에 윤 후보의 잦은 실언으로 윤 후보에게서 이탈한 지지율이 안 후보에게 쏠린 것이다. 심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부럽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 후보 지지율 상승은 심 후보가 빠진 채 대선 구도가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3자 구도로 재편되는 신호탄이다. 이런 판국에 설 연휴 전에 이뤄질 TV토론마저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양자 토론으로 굳어지자 심 후보는 “이러다가 대선 판에서 잊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정의당은 지난해 9월부터 진보좌파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다. 민노총, 진보당, 녹색당 등과 함께 대선 대응 공동기구를 만들고 단일화 협상을 벌여온 것이다. 심 후보가 노린 회심의 반전 카드였다. 그러나 민노총 조합원의 직접투표와 일반여론조사 비율 등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은 9일 결렬됐다. 협상 무산엔 진보좌파 진영 내부에 얽혀 있는 악연도 작용했을 것이다. 심 후보는 이석기 전 의원 중심의 진보당 세력을 ‘종북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치열한 노선 갈등을 벌여왔다. 서로 합쳤다가 결별하는 이합집산을 거치는 동안 쌓인 앙금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심 후보는 ‘주 4일제’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2023년부터 시범 도입해 임기 내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친노동 의제이긴 하지만 여론을 주도할 정도로 반향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대선 구도에서 심 후보의 입지가 어정쩡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심 후보 측은 “후보 사퇴나 단일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심 후보가 어떤 반전 카드를 내놓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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