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49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경제 공약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반대 진영 공약을 따라가며 포퓰리즘 경쟁을 벌인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기본 원칙, 방향의 차이는 여전히 적지 않다. 두 캠프에서 ‘경제 브레인’ 역할을 맡은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이 후보 직속 전환적공정성장전략 위원장)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윤 후보 선대위 경제정책본부장)를 각각 인터뷰해 두 후보 경제공약의 요체가 무엇인지 물었다. 동아일보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활약했던 두 교수는 경제학계에서 명망이 높은 학자들이다.》
‘李캠프’ 하준경 교수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세금정책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한 문 정부의 땜질식 접근 때문에 국민이 알기 어려울 정도로 세제가 복잡해지고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재명 정부’의 세제 원칙은 세금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취득세는 높고, 보유세가 없는 게 ‘중국식’, 취득세는 거의 없고 보유세가 높은 것이 ‘미국식’인데 선진국으로 갈수록 개발이 어려워져 미국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집값이 높아진 상태에서 미국처럼 시가의 1∼1.5% 보유세를 물리면 부담이 너무 커진다. 그래서 세금 부담은 늘지 않게 제한하고, ‘토지배당’을 통해 국민에게 혜택을 돌려줘 고통을 줄여주거나, 그것도 힘들면 과세시점을 (집 처분 또는 경우에 따라 사망 시까지) 이연해 주거나 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기본소득은 목표 아닌 수단
―기본소득은 추진할 것인가.
“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다만 기본소득은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수단이란 점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으로 기본소득이 필요한 미래가 올 수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실험해 보고 다른 정책과 경쟁도 시키되 국민이 좋다고 하면 확대하고, 국민이 싫다면 못 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청년, 아동 등 범주를 제한한 ‘범주형 기본소득’도 추진해볼 수 있다. 정권 초 ‘기본소득 위원회’를 만들어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할 것이다.” ―기본주택 100만 채 공약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높이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늘어난 주택을 청년주택으로 일부 환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쓸 수 있다. 공공의 인허가권에서 발생하는 부분은 가능한 한 공공이 가져오는 게 맞다. 동시에 시장원리에 따라 집을 담보로 신용을 창조해 집을 더 짓는 방법을 쓰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주택공급을 충분히 늘리는 것이다.”
―재정이 확대되고 나랏빚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있다.
“확장재정이 아니라 적극재정이다. 공약 중 많은 부분이 ‘투자’ 개념이다. ‘135조 디지털 전환 투자’ 중 국비는 85조 원 정도만 투입된다. 나머지는 민간자금을 펀드 등의 방식으로 끌어들인다. 또 국비 중 60조 원 정도는 문재인 정부 한국판 뉴딜 정책 등을 재구성해 마련한다. 임기 초엔 투자가 많아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늘어도 뒤로 갈수록 투자를 통해 경제가 성장해 채무비율의 분모인 국내총생산(GDP)이 커지면 비율은 떨어진다. 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 전망이 2025년 58.8%인데 그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를 유지할 것이다.”
정부 투자로 마중물 효과 기대
―‘국가 주도’, ‘정부 주도’ 성장론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디지털, 인공지능(AI) 등 산업 전환기란 점이 중요하다. 선진국에서도 국가적 과제에 대한 정부 주도 산업정책이 부활하고 있다. 전환기에는 없던 산업이 생기고, 불가능하던 일이 가능해진다. 위험 때문에 민간이 투자하지 못하는 곳에 정부가 먼저 들어가 디지털 영토를 넓히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뚫은 뒤 민간이 들어올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민간투자를 밀어내는 ‘구축효과(크라우드 아웃)’가 아니라 민간을 부르는 ‘크라우드 인’ 즉 마중물 효과를 기대한다. 지금이 국가 순위를 바꿀 적기다. ‘555(국력 세계 5위·국민소득 5만 달러·코스피 5,000) 공약’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성장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공개혁’을 통한 규제 합리화와 금융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
‘尹캠프’ 김소영 교수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세제를 비판해 왔다. ‘윤석열식 정책’은 뭐가 달라지나.
“‘가격만 잡고 보자’는 게 목표였던 게 문제다. 세금 부담만 늘리다 보니 국민들은 집을 사기도, 보유하기도, 팔기도, 전세를 얻기도 어려워졌다. 집값은 안 잡혀 결국 ‘세금이라도 더 걷자’는 식이 됐다. ‘윤석열 정부’ 부동산 세제의 목표는 가격 안정이 아니라 국민 주거수준 향상이다. 집값이 안정돼도 국민이 행복하지 않으면 조세정책은 실패한 것이다. 더 좋은 집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더 편하게 이사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격보다 주거 수준이 중요
―민간 중심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공급을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건 집이 필요한 곳에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수요가 많은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가 그래서 중요하다.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제도는 없애진 않더라도 사업성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조정할 것이다. 안전진단 관련 규제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50조 원 지원 등 ‘퍼주기’에 뛰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손실보상 43조 원, 금융지원 보증에 5조 원이다. 지금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다면 불가피한 지원 규모다. 550만 명 자영업자와 가족 근로자 등 650만 명 가운데 5분의 1이 파산하면 100만 명 넘는 실업자가 생긴다. 부채정리 비용, 실업대책에 필요한 지출, 세원 감소, 경기침체 효과를 종합해 보면 많다고만 할 수 없다. 이런 조치가 없으면 추후 더 많은 재원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원, 민간이 주도해야
―재정이 받쳐줄 수 있을까.
“우선 기존 예산 지출 구조조정부터 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경제위기 후 재정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난 뒤 네덜란드는 지출을 20% 줄이는 범정부적 작업을 추진했다. 올해 확정된 604조 원 예산 중 절반인 재량지출에서 한국판 뉴딜 등의 비효율적 지출 10% 정도를 줄여 30조 원을 마련하고 초과세수, 기금여유분, 예비비 등도 일부 써야 한다. 그러고도 부족하면 적자국채 발행을 고려할 수 있다.”
―문 정부 임기 중 이미 나랏빚이 크게 늘었다. 마지노선은 어느 정도인가.
“이론적, 실증적으로 명확한 선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경우 국제 비교에 쓰이는 일반정부 채무비율(D2·국가채무+비영리 공공기관 부채)이 80%를 넘어서면 국채를 팔기 어려워져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할 것이다. 예기치 못한 경제위기 등을 고려해 10%포인트 이상 ‘버퍼(완충지대)’도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D2가 2026년 66.7%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이 전망보다 충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취임 후 독립적 ‘재정위원회’를 구성해 지속가능성을 진단하고 비효율적 지출부터 줄일 것이다.”
―잠재성장률 제고의 해법은 무엇인가.
“시장경제의 장점인 혁신, 창의를 통해 1%대 추락을 앞둔 성장 잠재력을 2배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청년 일자리 문제도 결국 성장을 통해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연구개발(R&D), 인재양성, 공급망 강화에 필요한 정부 투자는 지속하되 공정경쟁, 규제혁신을 통해 시장 중심 ‘선도형 성장’을 해야 한다. 각종 규제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평가해 규제로 인한 비용을 10% 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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