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렴주구에 시달리는 백성의 삶을 목도한 시인의 분노. 권력자에게 빌붙어 재물을 탈취해가는 여우와 쥐도 있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대로를 활보하는 호랑이와 독사도 있다. 말단 관리도, 고관대작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친다. 백성은 어죽처럼 문드러질 처지건만 반항할 엄두조차 못 낸다. ‘부질없는 상상’임을 자인하면서도 시인은 그 옛날의 청백리 찬가를 되뇌어 본다. 영웅의 재등장에 거는 간절한 기대 때문이리라.
시는 문인시 특유의 완곡함 대신 과격하리만치 노골적이고 독한 비유로 일관한다. 현직 관리이면서도 멸망 직전 남송 조정의 부패를 거세게 비판했던 시인, 그 바람에 재상에서 말단직을 오가는 극단적 부침을 겪었지만 강직한 기개만은 꺾이지 않았다. ‘호서(狐鼠·여우와 쥐)’는 ‘성호사서(城狐社鼠)’를 줄인 말. ‘성곽에 굴을 뚫고 사는 여우와 사당에 서식하는 쥐’다. 권력자에게 빌붙은 소인배를 비유한 성어다. 저들은 근거지가 성곽과 사당이라 제거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 중요한 장소를 섣불리 손댔다가는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오명을 덮어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역사 속 ‘웃픈’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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