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5년 동안 한국 제조업의 국내 고용이 18만 명 감소했다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제 밝혔다. 반면 해외 고용은 42만 명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조선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국내 채용은 줄어든 반면 해외 투자 증가로 현지 고용이 늘어나며 인력 유출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 일본, 독일의 자국 내 제조업 취업자 수가 3% 이상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제조업 일자리 창출 능력만 후퇴한 것이다.
또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구직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10명 중 4명은 가장 취업하고 싶은 분야로 공공기관과 공무원 분야를 꼽았다. 취업 시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임금 및 복지 수준과 워라밸이라고 답한 반면 ‘성장 가능성과 비전’이라는 응답 비중은 12.5%에 그쳤다. 제조업 고용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청년들이 도전정신과 비전까지 상실하면서 산업의 역동성이 죽어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부품을 편리하게 조달하고 소비시장을 쉽게 공략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자국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게끔 유도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며 자국 내 일자리 창출력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미국으로 복귀한 1300개 유턴 기업이 13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든 것은 중장기 정책의 결과물이었다. 반면 국내 유턴 기업은 지난해 26곳으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제조업에서 만드는 부가가치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육박할 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의 원천이다. 강한 제조업 없이는 금융 서비스 등 다른 산업의 경쟁력도 높일 수 없다. 역대 정부가 취업수당이나 직업훈련 강화 같은 지원책을 망라하고도 청년실업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것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핵심 과제를 외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금과 임대료를 찔끔 감면하는 정책만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노동개혁과 국내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작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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