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는 온통 3·9대선에 매달려 있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정가(政街)의 관심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쏠려 있다. 선거법상 선거일 6개월 전까지 광역의원 선거구가 획정돼야 하는데, 아직도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를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 정개특위의 몫이지만, 국회는 6·1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 시한(지난해 12월 1일) 직전인 지난해 11월에서야 정개특위를 꾸렸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선거구를 정하는 건 민감한 문제라 다음 달 1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될 때까지도 선거구가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출마할 선거구가 정확히 어딘지도 모른 채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
4년 전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2014년, 2010년 지방선거 모두 법정 시한을 넘겨 선거구가 획정됐다. 총선도 다르지 않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선거구 지각 획정은 일상이 됐다.
매년 인구가 변하기 때문에 4년마다 선거구를 손봐야 한다. 문제는 국회가 도시화 및 농어촌 인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선거가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땜질 처방’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 인구 편차는 광역의원은 3 대 1, 국회의원은 2 대 1이다.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 농어촌 지역의 광역의원, 국회의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의 도의원은 춘천 강릉 등 시(市)에서는 늘어나고, 태백 영월 등 군(郡)에선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총선 역시 경기도의 의석수가 2004년 49개에서 2020년 59개로 늘어난 반면 농어촌 지역이 많은 전북 전남 경남 경북의 지역구는 7개 줄었다. 비(非)수도권을 중심으로 “선거구 획정 시 농어촌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농어촌 인구 감소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방 소멸을 막고 국토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한 여야는 정작 20년 넘게 인구 문제를 외면한 채 각 당이 얻을 의석수에만 혈안이 됐다. 한 전직 의원은 “선거 때마다 여야 공히 ‘일단 이번 선거만 넘기고 보자’, ‘우리 당이 가장 손해를 덜 보는 방안으로 가자’는 기류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중대선거구제 등 근본적인 개혁을 고민하기는커녕 2020년 총선 때처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며 초유의 위성 정당이라는 꼼수를 선보일 궁리만 해 왔다.
그사이 지방의 지역구는 선거 때마다 쪼개고 붙이느라 누더기가 된 곳이 허다하다. 당장 임박한 6월 지방선거는 어쩔 수 없다 해도, 2024년 총선까지는 아직 2년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다.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선거 제도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