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8〉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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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한 번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거나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어? 우스갯소리지만 세상을 충분히 살지 않은 아이나 젊은이에게는 감히 할 수 없는 질문.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도 생전에 그런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 경험을 ‘일 잘하는 사내’라는 제목의 시로 남겼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질문을 받고 “다시 태어나면/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깊고 깊은 산골에서/농사짓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소박한 삶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가벼우면서도 깊은 답변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돌아가는 길에 그 말을 생각하며 울었다고 했다. 작가는 그들이 왜 울었을지 궁금했다. “홀로 살다 홀로 남은” 자신이 안쓰러워 그랬을까. 그는 스무 살 때 결혼하고 스물네 살 때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혼자서 두 아이를 키워야 했다.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든 소설은 사실 그에게 생활의 한 방편이었다. 그는 이제 팔십 넘은 노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시골에서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그의 고단한 삶을 떠올리고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는 연민의 대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그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자신의 말이 사람들 안의 회귀본능과 그리움을 자극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또 다른 시 ‘연민’에서 묘사한 것처럼, 아무리 가난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갈대 꺾어 지붕 얹고” 행복하게 살면서 때로는 “밀렵꾼 손목 부러트리고/새들 지켜 주며” 살고 싶은 마음, 그러한 마음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그래서 울었을 것 같다. 작가는 자신에 대한 연민을 소박한 삶에 대한 보편적인 그리움의 문제로 돌려놓았다. 그런데 정말 다시 태어나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다시 태어나면#박경리 작가#소박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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