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양자 TV토론을 금지해 달라며 지상파 3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어제 인용했다. 서울남부지법도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낸 같은 내용의 소송을 받아들였다. 본란이 2차례에 걸쳐 지적한 것처럼 이, 윤 후보만의 양자 토론은 공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방송사들은 이, 윤, 안, 심 후보를 포함하는 4자 토론을 새로 제안했다.
법원은 “TV토론은 후보자들에게 중요한 선거운동이고, 유권자들은 토론회를 보고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된다”며 토론회 주관 방송사의 재량에도 일정한 한계가 설정돼야 한다고 했다. 또 토론 방송 일자가 최대 명절인 설 연휴 기간이어서 대선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엄중한 시기인 만큼 방송사 주관 토론회도 참가 대상을 자의적으로 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법원은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법정토론회 초청 대상자 기준을 제시했다. 5인 이상 의원 소속 정당의 후보자,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후보자 등이다. 이 기준이라면 안 후보와 심 후보도 토론 참가 대상이다. 그런데도 방송사와 두 후보 측이 당초 안, 심 후보를 토론 대상에서 뺀 것은 유권자들이 다른 후보들을 비교 검증할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대선은 41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후보들에게서 미래 비전이 담긴 청사진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검증이라고 할 수 없는 저급한 네거티브도 넘쳐난다. 이, 윤 후보는 감당도 못 할 선심성 공약을 서로 베끼느라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TV토론은 정치지도자에게 필요한 역량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각 후보들이 주장하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법원의 이번 결정을 TV토론 횟수를 충분히 늘리고, 형식도 양자·다자 등으로 다양화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양자 토론도 네 후보에게 모두 공정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문제될 이유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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