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공식화하자 어제 코스피가 3.5% 폭락하면서 2,700 선이 무너졌다. 어제 코스피 종가 2,614.49는 14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 역시 1200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발생 후 2년간 이어져온 미국의 ‘제로(0) 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에 충격파가 밀어닥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은 장기화할 위험이 있고,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해 더 이상 높은 수준의 통화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작년 12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의 최고치인 7.0%로 오르고,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자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번 긴축은 특히 빠른 게 특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 연준은 5년 뒤인 2013년이 돼서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했고, 2015년 기준금리 인상, 2017년 양적긴축(보유자산 축소) 등으로 긴축 과정을 서서히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엔 작년 11월 테이퍼링 개시 후 4개월 만에 금리를 올리고 곧이어 양적긴축까지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표가 촉박한 만큼 전 세계에 풀린 돈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속도가 높아지고, 자본이탈로 인한 신흥국의 주가 하락, 환율 불안을 뜻하는 ‘긴축발작’ 강도도 세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을 키워 수출기업들의 채산성까지 악화시킨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번 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년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금리 인상, 대출 규제의 영향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변동성이 함께 커지는 긴축의 시대에 개인,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안전띠를 단단히 매야 한다. 특히 주식, 부동산 등 자산에 낀 거품이 빠르게 꺼질 수 있는 만큼 빚을 동원한 무리한 투자에 나서는 건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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