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언론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요즘이다. 한국에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땅은 좁지만 인구가 많은 이곳에서는 어떠한 사건 사고가 터지면 뉴스 속보를 통해 온 국민이 동시에 알게 된다는 점이다. 통신과 정보기술(IT)이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발달한 점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필자는 꼭 이주민의 눈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의 좋은 점과 좋지 못한 점 등에 대해 다양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생활한다. 누군가는 이방인이 뭘 아느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자연히 이런저런 궁금증을 품게 된다.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사람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친정 혹은 시댁에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기에 이번 명절은 비대면으로 친인척들과 만나기로 했다. 한편으론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코로나19가 야속하기만 하다.
필자는 시댁 식구들과 가까운 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하기 위해 동네시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커 보이는 신원시장에 갔었다. 한국, 특히 서울은 사람이 많다 보니 어느 동네를 가든 시장이 더러 있다. 한국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몽골에서는 입가에 점이 있으면 먹을 복이 많다고들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필자는 입가에 점이 세 개 있는데, 이사 가는 동네마다 집에서 5분이 안 되는 거리에 시장이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국에 살면서 이사를 4번이나 다녔다. 그래서인지 대형 마트보다 시장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큰 편이다. 정 많은 한국의 시장 상인들과 매일같이 인사를 나누면서 한국어 연습도 많이 했다. 시장에서 한국인의 정도 많이 느꼈다. 하나를 사면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상인들에게 그저 감사했다. 필자처럼 재래시장의 매력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대형 마트를 많이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에 자주 갔던 시장들은 중곡제일골목시장, 영천시장, 후암시장, 중부시장 등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중 한국 시장에 대해 가장 자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번에 시장을 찾았을 땐 설 직전인데도 손님이 많지 않아서 놀랐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시국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 설 만큼은 평소보다 큰 수익을 기대했을 것이다. 이렇게 설 연휴조차 장사가 안된다면 시장 상인을 포함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여간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필자는 몇 달 전 영업 제한을 다루는 TV 뉴스 속보를 듣고 눈물을 흘린 국밥집 주인아주머니에 대한 칼럼을 쓴 적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재난지원금이 가장 대표적이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어떤 지원책이 있는지 속속들이 알진 못하지만, 신원시장에서 발견한 서비스를 타 시장으로 확대하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하려고 한다.
관악구에서는 추운 겨울 장사를 하는 상인과 손님을 위한 무료 카페테리아와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배달 서비스는 손님이 구입한 금액이 일정 금액을 넘길 경우 해주는 게 보통인데, 신원시장은 배달 인력을 따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혼자서 가게를 꾸려나가는 상인들로선 배달 때문에 손님을 놓칠 위험을 줄이는 좋은 방법으로 보였다. 이렇듯 소소하지만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이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폭증하는 요즘, 모두가 무사히 긴 설 연휴를 보내길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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