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대선 후보들이 그제 TV토론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합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연금개혁 필요성 제기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정권 초기에 이걸 해야 한다”며 호응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격차 해소를 위한 개혁은 필요하다”며 동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개혁 취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한 것은 예정된 기금 고갈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당시 국민연금 기금이 2042년 적자로 돌아선 뒤 적립금으로 15년 정도 버티다가 2057년부터 고갈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 보고서에서는 적자 전환 시점이 2040년으로, 고갈 시점이 2054년으로 앞당겨졌다.
‘고갈 시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연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연금 수령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320만 명 줄어든다. 반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723만 명 중 1959년 이전 출생자는 이미 연금을 받기 시작했고 1960∼1963년생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연금 가입자에서 수급자로 전환된다. 현재의 저출산이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기금이 고갈되는 2060년경 지금 수준의 연금을 재정 투입 없이 지급하려면 연금 가입자들이 소득의 30%가량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연금 위기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연금 개혁에 합의한 것 자체는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말만으로 개혁을 할 수는 없다. 토론회에서 윤 후보는 “짧은 대선 기간에 공약으로 발표하기엔 위험하다”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도 “이해관계가 첨예해서 통일안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구체성 없이 모호한 상태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개혁을 외면한 현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연금 개혁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힘든 분야지만 그런 난제일수록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국민들이 기대하는 국가 리더의 모습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려면 보험료를 더 내거나 연금을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을 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대선 후보들은 구체적인 개혁 목표치를 연금 공약에 담아 제시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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