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4일 열렸지만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못한 채 종료됐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올해 들어 세 번째 열린 안보리 회의였지만 이번에도 이사국 과반의 단호한 공동대응 요구에 대해 거부권을 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을 향해 “북한의 우려사항을 수용하는 정책과 행동을 보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안보리 회의에선 사거리 5000km의 IRBM 도발을 논의한 만큼 이전 두 차례 단거리미사일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2017년 북한의 무더기 핵·미사일 도발 때 안보리는 중거리급 도발에도 북한 기관과 개인을 대북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하지만 북한이 다시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위의 도발을 벌였는데도 안보리 차원의 성명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 중국 측이 이번엔 언론성명 초안을 본국에 보내 검토한다지만, 이 역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안보리 대응이 무산된 뒤 미국을 포함한 9개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의 불법행위를 강력 규탄했다. 여기엔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일본도 참여했지만 한국은 빠졌다. 성명은 특히 “안보리의 침묵은 북한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미 금지선을 넘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까지 협박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중국이 감싸주고, 러시아가 거들고, 한국이 뒷짐 진 탓에 벌어지는 일이다.
세계 평화와 안전의 보루라는 유엔 안보리가 이처럼 무력화된 데는 미중 간 패권경쟁과 미-러 간 군사대치 같은 국제적 대결 정세와도 무관치 않다. 북한도 이런 신(新)냉전 기류에 편승해 도발을 일삼고 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핵 질주에 제동을 걸지 못하면 중국도 제 옆구리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차고 사는 신세가 된다. 시진핑 주석이 굵직한 국제행사를 열 때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로 잔칫상에 재를 뿌렸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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