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그는 변변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로 판명됐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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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왼쪽)가 일리노이주 연설 무대에 오르면서 러닝메이트인 딕 체니 부통령 후보(오른쪽)에게 소곤거린 얘기가 마이크를 통해 방송됐다. NPR 캡처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왼쪽)가 일리노이주 연설 무대에 오르면서 러닝메이트인 딕 체니 부통령 후보(오른쪽)에게 소곤거린 얘기가 마이크를 통해 방송됐다. NPR 캡처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얼마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기자에게 혼잣말로 욕설을 하는 장면이 방송돼 논란이 됐습니다. 공개하고 싶지 않은 발언이 마이크를 통해 고스란히 알려지는 상황을 ‘뜨거운 마이크의 순간(hot mic moment)’이라고 합니다. ‘뜨거운 마이크’의 사례들을 알아봤습니다.

△“He is a major-league asshole.”

2000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딕 체니 전 부통령과 함께 대선 유세 중에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뉴욕타임스 기자를 향해 “메이저리그급 나쁜 ×”이라는 욕설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미국 프로야구 리그를 가리키는 고유명사이기도 하지만 여기서처럼 ‘중대한’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욕설이 알려진 뒤 사과는커녕 당당한 모습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나 솔직한 사람이야(I’m a plainspoken fellow)”라고 말했죠.

△“It‘s important for him to give me space.”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나눈 미사일방어(MD) 밀담이 우연히 마이크에 잡혔습니다. 당시 재선에 도전 중이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후에 MD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으니) 나에게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자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었죠. 미국 MD 체제에 반대하는 러시아에 양보를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공화당 정치인들로부터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Yes, yes, yes. You are a one horse pony.”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욕설을 내뱉은 피터 두시 폭스뉴스 기자에게 과거에도 불쾌감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2020년 대선 승리 직후 두시 기자가 ‘문제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질문을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one horse pony”라며 발끈했습니다. 원래 정확한 단어는 ‘원 트릭 포니(one trick pony)’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포니 자동차’ 때문에 포니(조랑말)가 달린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미국에서는 다양한 재주를 부릴 줄 아는 동물로 통합니다. ‘원 트릭 포니’는 한 가지 재주밖에 부릴 줄 모르는, 즉 재주가 시원찮은 조랑말을 뜻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알았다 알았어. 실력도 변변치 않은 주제에”라고 두시 기자를 비꼰 것이죠.

#조 바이든#욕설#뜨거운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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