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도 막지 못한 日학생들의 한국행[특파원칼럼/박형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8일 03시 00분


日대학·韓정부 뜻 모아 39명 연수 성사
유학생 입국 봉쇄하는 일본 정부와 대비

박형준 도쿄 특파원
박형준 도쿄 특파원
일본 도쿄의 일본외국어전문대학에 다니는 이나다 도모미(가명·20·여) 씨는 한국에 관심이 많다. 엄마와 함께 한국 TV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을 좋아하게 됐고, 그 후 K팝과 한국 음식 등으로 관심 범위가 넓어졌다. 2020년 4월 이 대학에 입학하며 ‘한국에 직접 가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학은 단기유학, 교환학생, 인턴십 등 다양한 한국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하지만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본에 상륙하면서 한국 연수 길이 막혔다. 그의 졸업은 3월로 다가왔다.

작년 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이나다 씨를 포함해 한국어 및 영어 전공 학생 39명이 단체로 10주 한국 연수를 떠났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일본 학생들이 단체로 한국 연수를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발단은 지난해 7월 이즈카 노리키요(飯塚憲淸) 학장과 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 고구레 겐지(小暮健二) 부장의 만남이었다. 대학 학과 중에 국제에어라인과가 있어 양측은 서로 교류가 많았다. 학생들의 사정을 들은 고구레 부장이 “10주 정도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며 방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먼저 학교 측이 한일 양국에서의 각각 2주간 격리, 입출국 시 수차례 유전자증폭(PCR) 검사, 한국 내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충분히 설명한 후 연수 희망자를 조사했더니 130명이 손을 들었다. 도쿄 올림픽 기간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연수 희망자도 줄었다. 하지만 39명은 뜻을 꺾지 않았다. 학교 측이 ‘최악의 경우 한국에 가서 10주 내내 온라인 수업만 받다가 와야 할 수도 있다’고 주의사항을 알렸지만, 39명은 “그래도 한국에 가겠다”고 답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자 발급이었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유학비자를 발급하고 있지만 3개월 이내 단기 연수 학생들에 대한 발급에는 신중했다. 대학 측은 학생들의 열의와 방역 대책을 지속적으로 설명했다. 결국 대사관은 지난해 11월 비자를 발급했다. 도쿄 총영사관 관계자는 본보에 “학생들의 의지가 강했고, 한일 관계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전향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는 지난해 11월 전 세계를 강타한 오미크론 변이였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할 정도로 방역을 강화했다. 대학 측도 지난해 12월 초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즈카 교장은 “온갖 위험을 생각하면 결국 ‘그만두자’로 결론 내려진다. 하지만 얻는 게 위험보다 더 크다”며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한국으로 출발한 지난해 12월 7일, 나리타공항에는 한 명의 결원도 없이 39명이 다 모였다. 이나다 씨는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다. 무섭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은 일본보다 더 충실하게 코로나19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들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학생들은 무사히 연수를 마치고 17일 귀국한다. 이들은 소원해진 한일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반대 경우는 불가능하다. 한국 학생들은 일본 대학 입학 허가를 받고서도 일본 정부의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1년 이상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한국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일본의 ‘레이와(令和·일본 연호) 쇄국’에 의문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오미크론#일본 학생#한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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