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 채용 반 토막 나는데 ‘낙하산 자리’ 배로 늘린 공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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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초기 큰 폭으로 증가하던 공기업의 정규직 신규 채용이 2년 새 절반으로 내려앉았다. 수익성 악화 등으로 채용 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가 온 것이다. 공기업들은 청년 채용을 줄이면서도 연봉이 훨씬 높은 상임 임원 수를 갑절로 늘렸고 이 중 상당수 자리를 친여권 인사들이 꿰찼다. 전형적인 알 박기, 보은 인사다.

2017년 6770명, 2018년 8964명, 2019년 1만1238명으로 계속 증가하던 공기업 35곳의 정규직 채용 인원은 2020년 7631명, 작년에는 5917명으로 2년 연속 줄었다. 5920명을 뽑은 2016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 등 대형 공기업이 많이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교통, 관광 분야 공기업은 어쩔 수 없었다 쳐도 다른 공기업들의 채용 감소는 비정규직 제로(0), 과도한 공공서비스 요금 억제 등 정책 부작용으로 수익 구조가 악화돼 채용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고용을 늘리긴 힘든데 정부로부터 일자리 실적을 요구받는 공기업들은 ‘체험형 인턴’ 자리만 잔뜩 늘리고 있다. 재계약이나 정규직 전환 없이 1∼5개월 일하는 단기 일자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의 체험형 인턴 규모를 2만200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내실 없는 숫자 부풀리기일 뿐이다.

이에 비해 캠코더(대선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자리 잡기 쉬운 공기업 상임 임원 자리는 대폭 늘었다. 2019년 45명이던 공기업 상임 임원 수가 작년엔 91명이 됐다. 현 정부 들어 억대 연봉이 보장되는 금융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사, 감사로 임명된 친여권 인사가 60명이 넘는다. 작년부터 낙하산 인사는 더 잦아지는 분위기다. 전문성도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면 공기업 경영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있는 정규직 일자리마저 더 줄어들 것 같아서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청년 채용#낙하산 자리#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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