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동서 해역에 북한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며 “불법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소말리아(선박)가 왔어도 봐줬겠느냐”며 “평등하게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 발언은 ‘중국에도 할 말은 한다’는 외교 노선을 강조한 것이라지만 대선 후보 언사로 보기 어려울 만큼 거칠다. 이는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잇단 실격 판정과 오심 논란으로 반중(反中) 정서가 끓어오르는 상황에서 나왔다. 사드 추가 배치 반대 등 정부의 3불(不) 입장을 옹호해 중국 사대주의라는 지적을 받았던 이 후보다. 과거 중국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대통령 당선 시 사드 배치를 철회하겠다고 공언한 적도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반중 감정을 자극한 득표 시도를 “극우 포퓰리즘의 초기 단계”라고 했는데 정작 본인이 반중 포퓰리즘에 기대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는 한중 간 오랜 갈등 현안이다.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중국 어선들의 마구잡이식 조업으로 우리 어장은 황폐화되고 있다. 쇠파이프와 도끼를 휘두르는 중국 선원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해경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극렬히 저항하던 중국인 선장이 실탄을 맞고 사망하면서 중국 측이 반발하기도 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한중 간 충돌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문제에 여당 대선 후보가 느닷없이 적성국가와의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나 쓰이는 ‘격침’을 운운한 것은 중국에 외교 공세의 빌미만 주면서 불필요한 마찰까지 부를 수 있다. 경제수역어업주권법은 외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권리를 침해당했을 경우 추적, 정선 및 승선, 검색, 나포 등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기관총 같은 공용화기 사용은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아무리 불법조업이라지만 민간어선을 격침시킬 수 있는 근거는 국제법 어디에도 없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불필요한 외교마찰을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다. 민감한 외교 사안일수록 세련되고 치밀한 해법이 필요하다. 정치적 계산이 깔린 감정적인 언사는 우리 입지만 좁히면서 향후 위험과 불안을 부를 뿐이다. 대한민국의 대외정책을 책임지겠다는 지도자라면 더 유념해야 할 외교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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