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전환이 부른 ‘차 부품계’ 지각변동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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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김도형 기자
전기차 전환이라는 큰 과제가 완성차 기업만의 몫은 아니다. 전동화는 대당 3만 개 넘는 부품을 생산하는 수많은 부품사들에 더 크고 힘든 도전일 수 있다.

엔진과 변속기에 필요한 부품을 만들던 기업들이 이미 심각한 위기를 마주한 것은 물론이다. 연료나 윤활 관련 제품 제조사도 마찬가지 처지다. 전동화와 무관해 보이는 브레이크 패드 같은 소모품도 감속할 때의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기술 때문에 소모량이 급감한다. 전기차에서 비중이 줄거나 아예 사라지는 부품 때문에 한국 차 산업 전체가 큰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는 실제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변화 속에는 기회도 함께 존재한다. 전동화에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거나 미리 준비한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차량용 공조 시스템 기업인 한온시스템이 전기차의 열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을 계기로 새로 도약 중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례다.

무거운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가 요구하는 경량화는 차량 소재 변화도 예고한다. 싸면서 강성은 높은 철강재가 차에서 순식간에 밀려날 리는 없겠지만 알루미늄이나 고강도 플라스틱 같은 경량 소재의 비중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엔진의 열을 식히려 공기를 빨아들이던 통로가 필요 없어지면서 ‘라디에이터 그릴’이 ‘프런트패널’ 같은 부품으로 통합되는 흐름도 있다. 이 영역에서는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플라스틱 사출·도금 기술을 가진 외장부품 기업과 램프 기업 등이 서로 합종연횡하려는 참이다.

기존 차 산업의 틀을 깨고 본다면 한국 산업 전체가 전동화에서 잡은 큰 기회도 눈에 들어온다. 스마트폰 수천 대에 필요한 양의 배터리를 각자 달고 도로를 질주하는 전기차 시대의 개막은 배터리 산업에는 빅뱅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이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시대가 개막하기 전부터 이미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현대차그룹 혼자 끌고 오다시피 했던 한국의 차 산업이 LG·SK·삼성의 배터리를 등에 업고 조용히 전기차 시대의 가장 앞자리에 선 것일 수 있다. 배터리 기업의 약진에는 배터리 소재 기업의 성장도 뒤따른다.

변화의 수레바퀴를 돌릴 수 없다면 어디에서 기회가 열리는지를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전동화라는 ‘현재’를 기회로 만들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국가 전략으로 전기차 산업을 지원해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 차 산업의 변화는 전동화에 그치지 않는다. 자율주행과 차량용 소프트웨어라는 ‘미래’에서도 누군가는 미리 준비해서 주도권을 쥘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전동화가 불러올 고용 감소를 걱정해 왔다. 하지만 첨단 부품으로 채워진 미래의 자율주행 전기차 한 대를 만드는 과정 전체를 놓고 보면 과거보다 더 많은 부품과 고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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