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와 운송주권[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58〉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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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컨테이너란 수출입 화물을 담는 철판으로 만들어진 큰 상자를 말하고, 이를 싣고 운송하는 선박을 컨테이너선, 이런 영업을 하는 상인을 정기선사라고 한다.

한 오래된 커피숍이 있다. 옛날 배 생활 생각이 나면 그 커피숍을 찾는다.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다. 배에 커피를 싣는 장면이다. 커피 원두를 담은 마대도 진열해 두었다. 하역작업 중 파손으로 마대로부터 삐져나온 커피 원두는 선원들의 용돈벌이에 사용되기도 했다. 커피 원두가 마대에 담겨 수출입될 때는 여러 차례 손이 갔다. 인부들이 선창에 들어가서 마대를 부두로 이동시킨 다음, 다시 창고까지 운반해야 했다.

어떤 사람이 컨테이너에 커피 원두를 담은 마대 1000여 개를 한꺼번에 넣었다. 컨테이너만을 전용으로 싣는 선박도 나타났다. 항구에 들어와서도 신속하게 들어올리는 장치로 내리고 올려서 목적지로 이동시켰다. 사람의 손이 10번 가던 것을 한 번으로 줄여 비용이 절감됐다. 신속하게 운송도 됐다. 옥수수와 같이 벌크 선박으로 싣고 다니던 많은 화물들은 이제 컨테이너로 운송된다.

우리나라 수출 화물의 99.7%는 선박으로 운송된다. 그중 20%는 컨테이너선으로 수출된다. 그러고 보니 컨테이너는 소중한 존재다. 우리나라 해운계의 선복량(총적재량)은 110만 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이다. 통상 선복량의 1.5배의 컨테이너 규모를 가지고 있다. 여유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 전체는 155만 개의 컨테이너가 필요하다. 1개당 300만 원이면 4조5000억 원의 가치를 가진다. 2만 TEU 선박 한 척 건조가격이 약 2000억 원이면, 컨테이너 3만 개가 필요하니 약 900억 원의 조달비용이 필요하다.

미국에 간 컨테이너 박스는 로스앤젤레스항을 거쳐서 동부로 트럭에 실려서 이동된다. 정기선사 운영의 성패는 이 컨테이너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한국에 다시 가져오는가에 달려있다. 수입자가 이를 그냥 창고로 사용하면, 정기선사는 하나를 잃어버린 셈이 되고 하나를 더 구해야 한다.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 반면에 신속하게 미국에서 화물을 싣고 한국에 가져오면 운송비도 받고 추가적인 구입비도 들지 않는다. 미국에서 화물을 찾지 못하면 그냥 빈 컨테이너를 모아서 가져올 선박을 미국에 보낸다. 최근 세계적인 물류난이 가중된 이유도 이 컨테이너가 미 대륙을 제대로 횡단하지 못하고 항구에 잠겨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컨테이너의 60% 이상을 제작했고 이를 전 세계에 공급했다. 인건비가 맞지 않자, 제작공장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제 95%가 중국산이다. 요소수 같은 대란을 피하려면 국내에서도 적정량이 제작되고 우리 상품의 수출에 사용돼야 운송주권이 확보된다. 이미 2020년 이런 파동이 난 적이 있다. 국익이 걸린 화두가 컨테이너에 도사리고 있다. 이를 잘 간수하고 다루면 수출입도 잘되고 우리 정기선사도 경쟁력을 갖게 된다.

#컨테이너#운송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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