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엊그제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향후 1, 2년 안에 달성해야 할 10가지 액션플랜의 하나로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를 제시했고, 동맹·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특히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강화를 장려한다”고 명시했다. 한일관계 강화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중 하나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와이에서 열린 한일, 한미일 외교장관의 연쇄 회담은 이를 위한 미국의 물밑 중재 속에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였다. 한일 외교장관은 북한 미사일 대응 등 공동의 안보 현안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양자 관계에서는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역사 문제로 평행선을 달렸다.
등 떼밀리듯 회담에 나온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에 항의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한국 측의 독자적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되레 항의했다. 사도광산 등재는 일본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이고 정치권 내에서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가 끝내 강행한 사안이다. 한국이 항의하자 이를 ‘역사 전쟁’으로 규정하고 대응 TF까지 구성했다. 이런 일본의 대응으로 이미 3년 넘게 최악의 냉각기를 겪고 있는 한일관계는 더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가고 있다.
한일관계 개선은 양국 모두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과제다. 한국에서는 대선 후 외교안보 정책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에서도 과거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기시다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다. 양국이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사인식 개선부터 선행돼야 한다. 일본이 공들이고 있는 미국과의 밀착이나 역내 외교 입지 강화를 위해서도 이는 피해갈 수 없는 숙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