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극인]남의 뉴스로 장사하는 포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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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의 포털 뉴스 의존도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세계 46개국의 온라인 뉴스 이용 경로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포털 이용률은 1위(72%)로 전체 평균(33%)의 갑절 이상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유권자 10명 중 7명은 이번 대통령 선거 관련 정보를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뉴스로 접하고 있었다.

▷한국의 포털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뉴스 신뢰도는 46개국 중 38위로 하위권이었다. 가짜뉴스와 가십성 기사, 선정적인 기사 제목이 쏟아지는 현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국내 주요 뉴스 포털이 아직도 대부분의 뉴스를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인링크’ 방식을 유지하면서 노출 경쟁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의 심층 기획 탐사보도 등 양질의 기사는 묻히기 일쑤다. 포털의 알고리즘 등에 의해 편집된 뉴스는 공정성과 여론 조작 논란 속에 우리 사회의 균형성과 다양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엊그제 TV 토론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은 포털 뉴스를 해당 뉴스를 생산한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해 보여주는 ‘아웃링크’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재명 후보는 “포털은 심각한 문제”라며 “뉴스 아웃링크 의무화와 (포털의) 뉴스 편집 금지법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포털의 뉴스 추천 기능을 없애고, 단순검색 방식으로 기사를 누르면 포털 내부가 아니라 오리지널 (언론) 사이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 등 세계 주요 포털에서는 당연한 일이 한국 대선 토론장에 오른 것이다.

▷국내 포털이 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을 가두리 양식하듯 독점하던 체제에 비판 여론이 커진 것은 2018년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이 계기였다. 이후 포털은 언론사 자율권을 높인다며 여러 차례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는 모바일 뉴스에 대해 아직도 인링크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다음은 작년 말 아웃링크 구독 모델로 전환하고 뉴스 배치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고 밝혔지만 실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포털의 뉴스 장사는 사실상 언론으로서의 영향력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나 몰라라 한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국민 70% 이상이 같은 플랫폼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획일성은 민주주의 발전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뉴스 접촉 경로가 언론사 홈페이지로 바뀐다면 언론사 간 경쟁이 촉진되고 보다 양질의 콘텐츠가 한국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다. 국회는 늦기 전에 법제화로 결론을 내야 한다.

#포털#포털 뉴스#남의 뉴스로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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