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수사지휘권 폐지” 대놓고 ‘검찰공화국’ 선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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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골자로 한 사법 분야 공약을 14일 내놓았다. 검찰 예산 편성권을 법무부에서 검찰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했다. 정부 17개 청(廳) 중에 주무부처 예산에 포함해 예산을 편성하는 건 검찰이 유일하므로 예산 편성권을 검찰에 주자는 주장은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수사지휘권은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를 겨냥해 잇따라 포괄적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으나 대부분 무죄가 나거나 무혐의 처리됐다. 박범계 법무장관도 ‘한명숙 모해 위증 사건’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으나 공수처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명백한 권한 남용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예외적인 현상이다. 역대 정부는 검찰 수사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대체로 수사지휘권 발동을 자제해왔다.

권한이 남용됐다고 해서 권한을 없애버린다는 발상은 난폭할 뿐더러 논리적이지도 않다. 검찰은 행정권에 속한다. 정부는 검찰을 최종적으로 통제할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수사지휘권이다. 다만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수사를 지시했으나 무죄가 날 경우 법무장관이 사퇴해 책임지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그래야 수사지휘권 남용을 방지하면서 위헌적이거나 위법적인 수사나 수사 태만이 예상될 경우 이를 저지할 수 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사건 중 결국 기소된 사건도 없지 않다. 윤 후보 측근 검사장의 형 윤우진 전 국세청 용산세무서장의 수뢰 혐의에 대한 수사는 7년간 지지부진하다가 수사지휘권 발동 후에야 본격적으로 이뤄져 기소까지 되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사지휘권이 발동되지 않았으면 과연 기소됐을지 의문이 든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력은 약화됐지만 검찰은 견제를 받지 않아 검찰공화국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사지휘권마저 없어지면 검찰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이 된다. 대통령들을 상대로 해서까지 직권남용죄를 마구 적용하는 검찰이지만 그런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는 적용하고 있는가.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검찰로 남고자 한다면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윤석열#수사지휘권 폐지#검찰공화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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