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공구를 만드는 코스피 상장사 계양전기의 재무팀 직원이 회삿돈 24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16일 경찰에 체포됐다. 이 직원은 2016년부터 6년 동안 은행 잔액증명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공금을 빼돌렸다. 지난해 말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2000억 원대의 횡령이 발생한 지 한 달 반 만에 대규모 횡령 사건이 또 터진 것이다.
오스템과 계양전기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은 비슷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두 사건 모두 자금 담당 직원이 잔액증명서 위조라는 비교적 단순한 방법으로 거액의 자금을 빼돌렸지만 회사 측은 오랜 기간 문제를 알지 못했다. 게다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는 외부 감사인조차 거액의 횡령 사실을 선제적으로 발견하지 못했다. 금고 관리에 책임이 있는 내외부 통제 시스템이 ‘먹통’이었지만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아 유사 사건이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개미 투자자들은 잇단 상장사 비리에 피눈물을 쏟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 2만여 명과 계양전기 소액주주 1만2000여 명이 보유한 주식은 총 2조 원에 육박한다. 이들은 장기간 돈이 묶이거나 최악의 경우 투자금을 날릴 처지에 있다. 한국거래소는 그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추후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데 이어 경영진의 횡령이 드러난 신라젠에는 어제 6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고 거래정지를 연장했다. 아직 예상하기 이르지만 상장 폐지가 최종 결정되면 소액주주 보유 주식이 자칫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증시가 불안한 가운데 회계장부조차 믿기 어렵게 되면서 소액주주의 불신만 커졌다.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자금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기업의 내부 관리, 회계법인의 외부 감사, 당국의 실태 점검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부 통제 관련 공시와 사업보고서를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원론적인 대응만으로 증시 투명성을 높이긴 어렵다. 기업 비리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획기적인 감사 시스템 개선 없이는 어떤 대책도 사후약방문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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