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정책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이같이 묻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글쎄요. 시기상조 아닐까요?”라며 넘긴다. 오미크론 변이의 위력이 낮다고 하지만 3월은 대유행의 정점일 것이다. 중환자와 사망자가 지난해 말 의료대란 때만큼 나올 수 있다.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설명을 해보지만, 물러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내 반박과 함께 정부 성토가 이어진다. “2년 동안 정치방역에 속았다”는 격앙된 목소리부터 “오미크론 안 걸린 사람은 인간성 나쁜 사람뿐이란다”는 냉소적 반응까지 다양하다. “대선까지 부스터 샷 안 맞고 버티겠다”, “자가검사키트 양성 나와도 외부에 안 알릴 거다” 등 방역 거부 의사를 밝히는 사람도 있다. 논박을 더 이어가면 감정싸움이 될까 봐 서둘러 대화를 접곤 한다. 방역이 ‘종교’나 정치’만큼이나 민감한 대화 소재가 된 것이다.
방역 불신의 골은 생각보다 깊다. 2년간 누적된 피로감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도 방역 정책의 신뢰도를 깎아내린 측면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단행된 ‘3주짜리 거리 두기(사적모임 6명-영업시간 오후 10시)’ 발표 과정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위드 코로나’ 전환 실패 후 줄곧 방역 강화 기조를 고수했다. 그러다 2월 오미크론 하루 확진자가 수만 명대로 급증한 시점에 완화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군을 양성했는데, 정작 부산 앞바다에 적이 나타나자 군사를 물리는 격이다. ‘시기상조론’이 상당했지만 정부는 결국 방역 완화를 강행했다. ‘정치 방역의 결정판’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대선 후보들은 어떤가. 과격한 언어로 방역 회의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월 10일부터 불필요한 과잉 방역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밤 12시까지 식당도 다니고 당구도 치도록 (대선 후) 곧바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방역에 대한 반발심만 자극하고 위기 극복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무책임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
단계적 방역 완화를 진행하는 데 반대할 전문가는 많지 않다. 문제는 시점이다. 오미크론 유행 곡선은 ‘에베레스트산’처럼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보단 ‘파미르고원’처럼 3월 내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루 2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 3월에만 약 600만 명이 감염되고, 1만 명(치명률 0.18%)가량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주요국들도 비슷한 위기를 이미 겪었다.
우리가 ‘일상 회복’이라는 목표에 더 빨리 다가가려면 ‘질서 있는’ 방역 완화가 필요하다. 성급하게 방역의 문턱을 낮추면 완전한 일상회복은 더 늦어질 것이다. ‘방역 포퓰리즘’으로 지금 당장 몇 표 더 얻을지는 모르지만, 당선자가 겪을 위기의 파고는 상상 그 이상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성급한 ‘위드 코로나’ 전환 후 의료 붕괴에 직면했던 악몽 같은 시간을 새 정부가 겪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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