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수용]청년희망적금 신청 폭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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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가 없다고 적금도 못 드나”, “연봉 적은 금수저는 가입이 되고, 연봉 많은 흙수저는 가입이 안 되는 건 불공평하다”…. 21일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에 가입 신청이 급증하지만 거부되는 사례가 늘면서 온라인상에 불만의 목소리가 쌓이고 있다. 이 적금은 고금리와 비과세, 장려금 혜택을 몰아 넣은 정책 지원 상품이다. 여기에 매달 50만 원씩 2년 동안 넣으면 98만 원 정도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시중은행의 연리 2%짜리 적금보다 77만 원가량 더 버는 구조다.

▷77만 원에 청년들이 일희일비하는 것은 연초 주가가 폭락하면서 원금 손실 위험 없이 연리 10%의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에 대한 기대치가 갑자기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적금 출시 전 사전 조회에서 잠재적 가입자가 200만 명에 달하면서 폭주의 조짐이 보였다. 실제 선착순 가입 신청이 시작되자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은 먹통이 됐다. 일부 외국인까지 가입을 받아주면서 작년에 취업해 소득 정보 확인이 안 되는 내국인은 가입이 거절되자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청년들이 희망적금에 몰리고, 가입 조건을 깐깐하게 따지는 것은 이들이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집값까지 급등한 어두운 터널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이 신청 폭주 현상에 녹아 있다. 지금의 2030세대는 하위 20%와 상위 20%의 자산 격차가 2019년 33배에서 2020년 35배로 벌어진 불평등 사회를 살고 있다. 77만 원이 기성세대에게는 작은 돈일지 모르지만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재테크인 셈이다.

▷현 기성세대치고 ‘재형저축’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드물다. 재형저축은 연리 20%대에다 비과세 혜택이 더해져 3년만 넣어도 원금이 2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이걸 종잣돈 삼아 직장인들은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기 집으로 갈아타며 계층 사다리를 오를 수 있었다. 여기에 비해 청년희망적금은 재산 형성의 마중물이 되기엔 많이 부족하다. 30년 전 고금리 시대만큼 이자를 주긴 어려워도 장려금 규모를 늘리는 식의 보완이라도 해야 또 하나의 계층 사다리가 될 수 있다.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적금은 현금 퍼주기와는 다르다. 가입자가 일터에서 꾸준히 일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빈곤층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소득 향상은 어렵다. 2015년 이후 청년 지원 통장들이 쏟아졌지만 눈에 띄는 소득 개선 효과는 없었다. 역시 자산 형성의 기본은 일자리다. 청년들에게 고기를 직접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고, 고기가 많아지도록 고용 여건을 개선하는 건 더 중요하다.
#청년희망적금 신청 폭주#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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