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어제 ‘다당제 연합정치’ 실현을 뼈대로 한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위성 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대통령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등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숱하게 논의돼 왔던 정치개혁 이슈들과 이재명 후보가 최근 밝힌 내용들을 한데 묶은 듯하다.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런 정치개혁 ‘모둠안’을 내놓은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송 대표가 “안철수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 후보의 진보 정치, 김동연 후보의 새로운 물결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그대로다. 안 후보 등 제3지대를 향해 구애의 손짓을 보내면서 윤석열 후보 고립 작전을 펼치겠다는 의도가 뻔히 읽힌다.
정치개혁안 자체를 폄하할 일은 아니다.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거쳐 여야 합의로 추진된다면 진영 대결, 편 가르기, 승자독식, 발목잡기 등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폐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입법독주의 기억이 생생한데 “왜 이제 와서?”라는 점이다. 지난 2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지난 총선 때 ‘위성 정당’ 꼼수를 부린 당사자다. 그래놓고 “지금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교체를 못하면 180석 민주당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하니 참 낯이 두껍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송 대표는 한 달 전에도 인적쇄신,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586세대가 기득권이 됐다”고 큰 반성이라도 하는 듯했지만 586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동조 움직임은 없었다. 윤미향 의원 등에 대한 제명안 처리도 흐지부지됐다.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연임 초과 금지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하더니 현역 의원들은 3선이든 4선이든 ‘초선’으로 치는 법안을 내놨다. 귀책사유 지역 3곳 무공천 약속만 지켜졌을 뿐이다. 무슨 거창한 정치개혁안을 내세우기에 앞서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인적쇄신안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게 순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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