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도 얻어지는 것을 군대에서는 ‘공짜 치킨’이라고 부릅니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그런 존재였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파견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미군 중령 알렉산더 빈드먼의 평가다. “러시아는 트럼프에게 ‘콤프로마트’(약점 자료를 수집하는 공작)를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 냉소했다. 견제 없는 권력을 휘두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흠모한 나머지 트럼프가 그의 대리인처럼 굴었다는 것이다.
▷‘스트롱맨’에 대한 트럼프의 열망은 퇴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한 푸틴을 “천재적”이라며 추켜올렸다. “얼마나 똑똑한가”라며 “오! 훌륭한 결정”이라고 했다. 푸틴을 ‘독종’이라고 부르면서 “그는 조국을 사랑한다”고 감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코앞에 두고 전 세계가 철회를 촉구하는 위기의 순간에 느닷없이 그 결정을 칭찬하고 나선 것이다.
▷4년간의 재임 기간 푸틴을 향한 트럼프의 러브콜은 노골적이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푸틴 이야기만 나오면 정신없이 빠져들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미 정보기관의 보고는 무시한 채 첫 정상회담에서부터 푸틴에게 공개 면죄부를 주는가 하면, “푸틴이 살인자라고 해도 존경한다”는 취지의 인터뷰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그런 트럼프를 향해 ‘알랑거린다’, ‘홀딱 빠졌다’, ‘푸틴에게 인정받으려고 안달이 났다’는 식으로 혹평해 왔다.
▷푸틴을 신경 쓰는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올 때면 트럼프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가졌지 않느냐”는 식으로 대답을 얼버무렸다고 한다. 강한 리더십에 끌리는 본심을 드러내기 싫었던 걸까. 그러나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같은 독재,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향한 그의 구애는 일관됐다. “그(푸틴)는 나를 좋아한다. 나도 그를 좋아한다. 우리는 잘 지냈고, 나만큼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트럼프의 화법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그가 ‘친구’라는 김정은을 향해 수없이 반복했던 같은 문장이다.
▷트럼프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투입한 군대를 놓고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강한 평화유지군”이라며 “(미국) 남부 국경에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말도 했다. 재집권할 경우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푸틴식의 군사적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견제와 감시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절제된 힘’에 만족 못 하는 지도자는 위험하다. 칼자루를 잘못 쥔 ‘스트롱맨’들이 지구촌을 우악스러운 근육질 정치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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