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3일. 25일 기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총 재임 일수다. 역대 가장 오래 재임한 이규호 전 문교부 장관의 재임 일수가 1241일(1980년 5월 22일∼1983년 10월 14일), 유 부총리는 건국 이후 최장수 교육장관이라는 기록을 썼다.
영광스러운 기록과 달리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교육부와 부총리에 대한 비판이 들끓는다. 개학을 불과 한 달 남기고 오락가락 달라지는 등교 지침 탓이다. 교육부는 21일 ‘새 학기 오미크론 대응 비상 점검 지원단’을 가동한다며 3월 2일 개학 후 2주간은 각 학교에 원격수업 전환을 권고한다고 했다. 정확히 2주 전인 이달 7일 ‘새 학기 학사 운영 방안’에서 전면 등교수업을 원칙으로 강조하더니 180도 달라진 원칙에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현장의 불만은 원격수업이 아니다. ‘권고’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일선 학교에 떠넘기는,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는 교육부에 쏠려 있다. 정부조차도 3월 초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대 27만 명까지 나올 것으로 예측하는 상황에서 마음 편히 자녀들을 매일 학교에 보내자고 주장할 학부모가 어디 있을까.
서울 성동구의 초등 학부모 이모 씨는 “교장이 교육부 지침이 나오자마자 3월 초 2주간 정상 등교를 통지했더니 학부모들 사이에 ‘용자(勇者)’로 불린다. 교장을 ‘용자’로 만드는 교육당국과 방역당국이 무능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방역을 지자체와 보건소로 쏙 떠넘긴 방역당국처럼 교육부가 책임을 학교로 떠넘긴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교육부와 유 부총리가 ‘양치기 소년’이 된 것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교육부는 고비마다 우왕좌왕하며 학부모들의 신뢰를 잃었다. 2020년 코로나19 첫해는 온라인 수업 시행착오와 EBS 접속 장애로 학부모들이 속을 끓였다. 코로나19 2년 차였던 지난해 하반기에는 등교지침을 6개월간 다섯 번이나 수정했다. 소아 청소년 백신 접종이 자율임을 거듭 강조하더니 학원에 방역패스를 적용한다며 ‘백신 강제’ 논란을 일으켰다. 학교 확산세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한다는 설이 파다하자 유 부총리는 “온전한 학교의 일상 회복을 위해 교육부 장관으로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 대통령과 함께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총리의 마지막 소임은 학교와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개학을 불과 1주 앞두고 신규 확진자 3명 중 1명이 19세 이하 아이들인 엄중한 상황이다. 오미크론의 확산세는 정부가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나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선 학교에 방역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원칙과 책임으로 대응하는 것이 교육부에 대한 신뢰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재임 시절의 공과(功過)는 임기 절반을 할애한 학교의 코로나19 대응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최장수 교육부 장관이라는 영예로운 이름 옆에 아이들을 지키는 데 실패한 ‘최악의 교육부 장관’이라는 오명이 뒤따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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