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 윤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양측 전권 대리인이 단일화 협상을 벌여 최종 합의를 이뤘지만 돌연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후보는 “윤 후보 측이 전해온 내용은 고려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반박했다.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8일 직전에 맞춰 진행된 단일화 협상이 무산된 것이다.
윤,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을 벌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 채널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윤 후보는 두 사람이 후보의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라고 했지만 안 후보 측은 전권 협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두 후보가 협상 채널의 위상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으니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종적으로 추인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윤 후보가 물밑 협상 과정을 공개한 것도 논란이 됐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경선 방식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고, 두 후보의 회동 여부만 남았는데 결렬됐다고 했다. 안 후보에게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취지로 보낸 문자 메시지 2통도 공개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 지지자들이 3만 통 넘게 문자 폭탄을 보낸 사실도 거론하며 “같은 협상 파트너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단일화 협상 관련 진실 게임이 벌어지면서 두 후보 측이 협상 결렬 책임을 상대방 탓으로 떠넘기기 위한 공방만 벌인 것이다. 윤 후보 측은 “투표 전날까지도 단일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이처럼 상호 불신이 깊어진 상태에서 추후 협상을 하더라도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 안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선 것은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공감해서다. 그러나 정작 후보 단일화를 통해 만들어나갈 새 정부의 큰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정권교체 이후 비전과 정책은 실종된 채 협상 내용을 놓고 정치적 득실만 따졌다. 두 후보가 비전과 정책을 공유하는 정책 협약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넓혀나갔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 밀실 담판에 의한 지분 나눠먹기라는 구태를 벗어나지 않는 한, 설령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국민들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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