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安 단일화 결렬, 공동정부 그림 없이 이해타산만 따진 탓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8일 00시 00분


선관위가 주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정치분야)가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에서 열려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서로 지나쳐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선관위가 주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정치분야)가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에서 열려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서로 지나쳐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 윤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양측 전권 대리인이 단일화 협상을 벌여 최종 합의를 이뤘지만 돌연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후보는 “윤 후보 측이 전해온 내용은 고려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반박했다.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8일 직전에 맞춰 진행된 단일화 협상이 무산된 것이다.

윤,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을 벌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 채널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윤 후보는 두 사람이 후보의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라고 했지만 안 후보 측은 전권 협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두 후보가 협상 채널의 위상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으니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종적으로 추인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윤 후보가 물밑 협상 과정을 공개한 것도 논란이 됐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경선 방식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고, 두 후보의 회동 여부만 남았는데 결렬됐다고 했다. 안 후보에게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취지로 보낸 문자 메시지 2통도 공개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 지지자들이 3만 통 넘게 문자 폭탄을 보낸 사실도 거론하며 “같은 협상 파트너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단일화 협상 관련 진실 게임이 벌어지면서 두 후보 측이 협상 결렬 책임을 상대방 탓으로 떠넘기기 위한 공방만 벌인 것이다. 윤 후보 측은 “투표 전날까지도 단일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이처럼 상호 불신이 깊어진 상태에서 추후 협상을 하더라도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 안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선 것은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공감해서다. 그러나 정작 후보 단일화를 통해 만들어나갈 새 정부의 큰 그림은 보이지 않았다. 정권교체 이후 비전과 정책은 실종된 채 협상 내용을 놓고 정치적 득실만 따졌다. 두 후보가 비전과 정책을 공유하는 정책 협약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넓혀나갔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 밀실 담판에 의한 지분 나눠먹기라는 구태를 벗어나지 않는 한, 설령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국민들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석열#안철수#단일화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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