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라는 게임의 돌풍이 심상찮다.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이달 11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게임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함께 플레이하는 이 게임(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출시 이튿날 동시 접속자가 최고 132만 명에 달해 역대 세계 2위에 올랐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게임 시장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 실적 악화, 주가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거둔 성과여서 더욱 반갑다. ‘로스트아크’의 성공은 업(業)의 본질과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로스트아크’는 사실 신작이 아닌 ‘중고 신인’이다. 2018년 국내에서 먼저 첫선을 보였다. 개발 기간만 7년, 개발비는 약 1000억 원이나 투입됐다. 많은 게임사들이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몰려갈 때, PC 대작게임 개발을 묵묵히 밀어붙였다. 출시 후에도 곧장 세계로 향하기보단 3년여 동안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며 게임을 다듬었다.
진정성 있는 소통도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확률형 아이템 등 지나친 과금 요소를 줄이고 콘텐츠에 집중해 이용자들로부터 ‘착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출시 후 한동안 주춤하던 게임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소통이었다. 2020년 1월 ‘신년 감사제’라는 이용자 행사를 시작으로 개발 총괄자가 직접 스킨십에 나섰다. 행사 때마다 수 시간에 걸쳐 질의응답을 하며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고 구체적 해결책을 약속했다. 직접 작성한 편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거나 게임 내 전체 채팅을 통해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매출을 포기하고 유료 거래 서비스 일부를 유저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응원하는 기부 캠페인을 하고 본사가 있는 지하철역에 개발팀을 응원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소통으로 게임의 완성도 역시 높아졌다. 핵심 콘텐츠로 꼽히는 ‘군단장 레이드’의 경우 이용자들의 요청에 맞춰 지속적으로 난이도를 조정한 결과 글로벌 흥행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요즘 게임사들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대체불가토큰(NFT)’, ‘돈버는 게임(P2E·Play to Earn)’ 등을 선언하며 밖으로만 달려간다. 물론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긴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재미라는 게임의 본질과 사용자들의 신뢰라는 기본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즐길 거리가 없는 메타버스는 진열대가 텅 빈 상점처럼 공허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게임은 노동일 뿐이다. 이용자들이 계속 유입되지 않으면 신사업도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K게임의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주식을 2조6000억 원어치나 사들이기도 했다.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게임사의 기술력과 콘텐츠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기본과 신뢰라는 든든한 토대를 다지고, 이를 박차고 올라 K게임이 다시 한번 비상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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