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러 금융망 퇴출’ 유탄 맞는 韓기업… 전폭 지원해 피해 줄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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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내 은행들을 국제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서 퇴출시키는 제재 조치를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내놓았다. 스위프트는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여 개 금융기관이 가입한 세계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여기서 퇴출되면 대외 금융과 무역 거래가 원천 차단된다. 대러 경제제재가 품목별 수출규제 같은 ‘제한적 통제’에서 경제 인프라 자체를 타격하는 ‘전면적 통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스위프트를 통한 제재는 단기간에 제재 대상국의 돈줄을 죌 뿐 아니라 기업의 규모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다른 제재보다 파괴력이 크다. 이런 즉각성과 무차별성 때문에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까지 피해를 본다는 게 문제다. 당장 이번 조치로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은 대금 회수와 송금이 막혀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러 교역비중은 2.2%로 크지 않다. 하지만 생산, 판매, 결제, 재투자로 이어지는 기업의 자금 순환구조에서 결제 중단이라는 돌발 사태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기업들은 불확실한 수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경제제재로 러시아 내수의 20%를 차지하는 한국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고, 러시아와의 계약규모가 12조 원에 이르는 조선사들은 잔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미 KOTRA의 상담창구에는 대금 회수와 물류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는 문의가 빗발치지만 누구도 명쾌하게 답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이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라면 그 후폭풍에 대비하는 것은 자국 기업을 위한 정부의 의무다. 정부는 피해 지원을 위해 최대 2조 원의 긴급금융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사후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제재의 영향권에 있는 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과 신규 유동성 공급 등 ‘돈맥경화’를 막을 선제적 조치가 시급하다.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야말로 국제 공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국민의 혈세는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러시아#금융망 퇴출#한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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