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고 했지만, 치킨은 어쨌든 한국인의 솔푸드다. ‘치느님’ ‘치멘’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남다르다. 하지만 이 치킨값이 이제 2만 원을 넘어섰다. 심지어 배달료는 별도다. 배달료까지 더하면 주요 프랜차이즈의 치킨 한 마리 값은 2만3000∼2만4000원을 호가한다. 안 오르는 게 없다지만, 치킨값 2만 원 시대는 생각보다 더 빨리 왔다.
최근 외식 물가는 연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연초부터 도미노 인상 중인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세트 메뉴 가격은 세트당 1만 원에 육박한다. 시장 경쟁이 치열한 특성상 원두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8년 넘게 동결돼 있었던 커피 프랜차이즈도 올해 들어선 오랜 눈치 보기를 끝내고 일제히 가격 올리기에 나섰다. 점심으로 햄버거 세트에 커피 한 잔만 마시려 해도 이제 1만 원 한 장으론 부족하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고달픈 소리가 절로 나온다.
최근의 외식 물가 인상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돼 있던 일이었다. 지난해부터 ‘파테크’ ‘금란’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농수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인한 살처분 등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어려워지면서 인건비 상승분까지 더해졌다. 세계적으로도 밀, 콩, 대두, 설탕, 팜유 등 원재료값이 계속 올랐다. 팜유와 소맥분 가격은 최근 3년간 각각 176%, 52% 급등했다. 이상 기후에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공급망 불안이 겹쳐서였다.
기업들로서는 소비자 저항 때문에 누적된 가격 인상 요인을 억누르고 있었을 뿐, 원재료와 물류비가 다 올랐으니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건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됐다. 밀가루, 쌀, 라면, 빵, 조미료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외식 물가가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재료비에 인건비, 임대료, 배달수수료 상승분까지 더해져 인상률이 훨씬 살벌했을 뿐이다. 소주 가격이 소매가로 100원가량 오르면, 유통 과정에서 물류비, 인건비 등이 더해진 식당에서는 1000원 넘게 오른다.
체감 물가가 심상치 않은 수준에 이르자 최근 정부는 죽, 김밥, 햄버거 등 12가지 주요 외식 품목의 프랜차이즈별 가격 등락률을 매주 공표하겠다고 발표했다. 가격 고시로 ‘눈치’를 주겠다는 것이지만, 심리적 압박으로 물가를 통제하겠다는 건 정책적 후퇴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외식 물가 인상이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별다른 준비 없이 ‘점심값 2만 원 시대’를 맞았음을 자인한 꼴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애꿎은 곳에다 따가운 눈총 쏘는 대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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