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임엔 안 나가요.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따로 만나면 되니까.” 지난주 만난 지인 M이 말했다. M과 나는 직업과 나이가 전혀 달라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를 만난 곳은 어느 독서 모임 커뮤니티였다. 그는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목적을 이루고 모임을 그만뒀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 모임을 그만둔 지도 3년쯤 지났다. 그사이 다양한 기업과 개인이 커뮤니티라는 이름의 유료 모임 회사를 열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10개쯤 된다.
오늘날 ‘커뮤니티 서비스’는 예전의 모임과 조금 다르다. 2017년 즈음만 해도 취미 기반 모임이 인기였다. ‘러닝 크루’가 그 예다. 반면 요즘은 본업 외의 영역에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인기다. 34세 마케터 P는 자신의 글로 책을 내고 싶어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모임이 끝나니 총 여덟 편의 글이 남았고, 모임을 진행하는 전문가에게 피드백을 받아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반대편에 치유성 모임이 있다. 건강한 식사 챙겨 먹기, 일기 쓰기, 명상하기 등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을 소중히 하는 활동들이 주를 이룬다. 혼자 해도 될 일들이지만 모임에 가입해 다른 사람들과 그날의 감상을 나눈다. 마케터 P는 에세이 모임뿐 아니라 ‘셀프 칭찬일기’를 쓰는 모임에도 참여한다. “새로운 자극도 얻고, 고된 하루의 끝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서”다.
모임 장소도 변했다. 코로나19로 커뮤니티 서비스들은 온라인으로 모임 장소를 옮겼다. 나도 몇 달 전 온라인 북 토크 모임에 참여해 본 적이 있다. 화상회의에 익숙해져서인지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고, 비대면이라 오히려 부담이 적었다. 오프라인 모임은 자리가 길어지면 집에 간다고 말하기 어색할 때도,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과 옆자리에 앉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온라인 모임이 효율적이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팔로하면 된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사람의 중요성이다. 주제가 무엇이든, 장소가 어디든 모임의 분위기는 결국 참가한 사람들이 결정한다. 사람은 모임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컨트롤하기 가장 어려운 변수다. 커뮤니티 서비스들은 사람이라는 변수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과제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 장문의 지원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주제와 관련된 업계의 유명인을 모임의 진행자로 섭외하는 방법도 쓴다. 모임 진행은 어느 정도의 통제를 뜻하기 때문이다.
며칠간 ‘커뮤니티’, ‘모임’과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서인지 커뮤니티 서비스들의 맞춤형 광고가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남들은 퇴근 후 다 한다는 모임도, 품격 있는 모임도, 좋아하는 주제로 운영하며 돈을 벌라는 모임도 있었다. 다채로운 광고만큼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목적도 다르겠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좋은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만은 같다. 그 마음에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의 크기가 커뮤니티 서비스 시장의 규모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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