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을 총 투입한 이라크전쟁도 지지부진하고, 그 탓에 병력이 부족한 아프가니스탄전에서도 수세에 몰리던 미국의 2007년 어느 날.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이렇게 세 군데에서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이야기다.
명문대 정치학과 교수인 말리는 똑똑한 제자에게 사회 참여를 부추기고, 대통령을 꿈꾸는 상원의원 어빙은 베테랑 기자인 로스에게 자신이 세운 아프가니스탄 공습 전략을 자랑하며 특종으로 다루라고 한다. 소외계층 출신이지만 국가의 일원으로 인정받고자 자원입대한 두 명의 대학생은 어빙 의원이 만든 전술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투입됐다가 무모한 전술의 희생양이 된다. 그들은 공교롭게도 말리 교수의 수제자였다. 이런 여섯 명이 처한 60분이 서로 교차하며 한 가지 주제를 향해 뻗어간다. 제목 ‘로스트 라이언즈’는 길을 잃은 사자들을 뜻하지만 원제는 ‘라이언즈 포 램즈(Lions for Lambs)’. 양을 위해 봉사하는 사자들이다. 무능한 양 때문에 희생되는 사자들, 곧 이 영화의 주제다.
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한 어빙 의원은 전쟁터 대신 안락한 집무실에서 수많은 군인들의 목숨을 쥔 전략을 짠다. 로스 기자는 어빙이 자신의 입지를 위해 포장만 번지르르한 전술을 강행하는 걸 알면서도 그를 칭송하는 기사를 쓴다. 어리석은 양이 용맹한 사자들의 리더가 될 경우 결과는 참담하다. 차라리 사자가 이끄는 어리석은 양 떼가 용맹하다. 말리 교수가 사자로 키워낸 학생들은 어빙 같은 양 때문에 목숨을 잃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일반 대중은 전쟁 뉴스보다 연예인 스캔들에 관심이 많다. 이런 양들이 어빙 같은 기득권을 만들어내는데, 어찌 양 떼 속에서 사자 같은 리더가 나올 수 있을까?
공무원 지원율이 나날이 치솟지만 사명감은 실종된 사회, 의대 성적이 상위권일수록 환자 목숨과는 무관한 전공으로 몰리는 사회, 사자가 될 기회를 차버리고 양의 길을 택한 이들의 최고 가치관은 ‘돈’이다. 돈을 숭배하는 세상일수록 권력을 가진 양들은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기도 하고, 인류를 위험에 처하게도 한다. 사자 같은 리더를 원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사자가 되어야 한다.
선거가 딱 일주일 남았다. 국민들이 분열되고 갈등의 골이 깊을수록 투표율이 높다. 지키려는 자와 가지려는 자가 팽팽히 맞선다. 투표는 내 권리이지만 공동으로 쓰는 물건을 다루듯 신중해야 한다. 부패한 정치인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외계인이 아니다. 너와 나의 평균치이자 합작품이다. 우리 모두 공범이고 책임이 있다. 내가 바라는 대통령은 조국과 국민을 위하고, 원칙과 약속을 지키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세금을 아껴 쓰는 사람이다. 너무 평범해서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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