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차 대전은 핵전쟁” 인류의 公敵 자처한 러 외교장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4일 00시 00분


2022년 3월 2일 스웨덴 고틀란드섬 동쪽 영공을 침범하는 러시아 전투기들의 모습. 사진 AP 뉴시스
2022년 3월 2일 스웨덴 고틀란드섬 동쪽 영공을 침범하는 러시아 전투기들의 모습. 사진 AP 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전쟁은 한쪽이 이기고 다른 한쪽이 지는 싸움이 아니다. 무승부도 없다. 모두가 죽는, 그래서 모두가 지는 싸움일 뿐이다. 핵보유국의 외교장관이 가져야 할 핵전쟁에 대한 인지적 감수성을 의심케 하는 말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미사일 폭격기 잠수함 등 가능한 모든 핵 투발 수단을 동원해 상호 핵공격을 했을 때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불과 몇 시간 안에 전 세계 주요 대도시 30개가 말살되고 최소한 1억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이 수치에는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사상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2주 이내에 방사능 재와 연기가 지구 상층부 대기로 유입돼 지구의 온도가 10도 떨어지면서 핵겨울이 시작되고 인류는 전멸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해체 이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과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통해 전략핵무기를 감축해왔으나 여전히 각각 1550개 정도의 핵탄두와 700개 정도의 투발 수단을 갖고 있다. 전술핵무기는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 알 수도 없다. 핵전쟁은 핵 강국 간 상호 확증 파괴에 대한 공포에 의해 방지되고 있을 뿐이다. 한쪽 편이라도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갖는 공포를 갖지 않는다면 인류를 전멸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가진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의해 예외적으로 핵 보유를 인정받은 5개국이기도 하다. 국제 질서는 바로 이들 핵보유국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이 독자적 핵 보유를 포기하면서 NPT 체제에 협조하는 것은 이들 5개국이 인류 앞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갖는다는 전제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특히 미국 러시아 중국은 최초의 핵 공격에서 살아남아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최강의 핵보유국이다. ‘파멸적인 핵전쟁’ 같은 말이 러시아 외교장관의 입에서 또다시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핵전쟁#인지적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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