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모두 ‘통합정부’를 주창했다. 이 후보는 어제 “이념과 진영 뛰어넘는 실용적 국민통합정부를 흔들림 없이 계속 추진해가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문에서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를 통해 모든 국정 운영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뒤늦게 통합정부가 이번 대선의 화두로 부상하는 듯한 양상이다.
통합정부론은 이 후보가 먼저 띄웠다. 윤, 안 후보 단일화 흐름을 돌파하기 위한 선거 전략 성격이 짙었다. 안 후보를 단일화 구도에서 이탈시키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아울러 윤 후보를 고립시키자는 의도였다. 윤 후보가 단일화 성사를 계기로 정권교체론과 함께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선언한 것도 이 후보의 포위 시도에 대한 맞불 전략으로 봐야 할 듯하다.
선거전략 여부를 떠나 미래 담론과 시대정신의 실종 비판을 받아온 이번 대선에서 이제라도 통합정부 경쟁이 불붙은 것은 바람직하다. 이, 윤 후보의 맞대결 구도로 정리되면서 누가 되든 어느 때보다 더 극명한 ‘반쪽’ 대통령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권도, 국민도 둘로 쪼개졌고, 진영 대결은 훨씬 치열해진 탓이다. 통합정부가 상생과 협치의 차원에서 꼭 실현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말로는 그럴싸하지만 두 후보가 통합정부를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건지는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 후보는 윤 후보를 제외한 주요 후보들에게 연대를 제의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어떤 철학과 가치로 여러 세력을 묶고 내각에도 포진시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윤 후보는 국민의당과 대선 직후 합당을 하게 되면 안 후보 측과의 공동정부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는 건지, 이 후보가 말하는 통합정부와는 뭐가 같고 다른 것인지 분명치 않다.
역대 대통령들도 대선 때마다 “통합 대통령”을 외쳤지만 빈말에 그쳤다. 이번엔 통합정부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또다시 듣기 좋은 수사에 그쳐선 안 된다. 남은 대선 기간 책임총리제를 어떻게 구현할지, 진영을 넘어 어떤 인재를 기용할지, 야당이나 야권 인사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지 등 좀 더 명확한 통합정부, 통합내각의 청사진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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