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사전투표율이 36.93%에 달했다. 전체 유권자 4419만여 명 중 1632만여 명이 투표를 마쳤다. 19대 대선 투표자 수 3280여만 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동안 최고였던 2020년 총선 때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높다. 지역별 편차는 있었다. 전남이 51.45%로 가장 높았고, 전북과 광주는 48%대였다. 세종 44%에 이어 경북도 41%를 넘었다. 경기 제주 대구 인천 부산 등은 33∼34%대에 그쳤고, 서울은 전국 평균을 약간 상회했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분산 투표’ 심리로 사전투표율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을 것이란 예상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유권자 10명 중 4명 가까이 투표를 마치는 등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이 현실로 나타나자 여야 후보 측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 정도 추세면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대선 투표율이 다시 80%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은 서로 “지지층 결집의 결과”라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어느 후보 측에 더 유리할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건 이런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는 본투표와 달리 신분증만 지참하면 전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하다는 편리함 등의 요인만으론 충분한 설명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 기간 내내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외신에 ‘역겨운 대선’이라는 낯 뜨거운 평가가 나왔을 정도였다. 후보와 부인이 따로 투표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역대급’ 사전투표율을 보여줬다. 1, 2시간 차례를 기다리는 불편함까지 감수한 유권자들이 줄을 이었다. 이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일수록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주권자들의 민심은 저변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는 방증 아닌가. 누구를 지지하든 이젠 ‘4류 정치’를 끝내 달라는 열망일 것이다. 여야는 이런 민심의 흐름을 선거공학으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남은 기간, 또 대선 이후에도 실질적인 통합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분출하는 민심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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