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이 사람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해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기오염 물질은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의 산소 전달 능력을 낮춰 집중력, 이해력, 정보 처리 능력을 떨어뜨린다. 실제 대기오염이 심해질수록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떨어지고, 근로자의 성과가 저하되며, 교통사고 발생률이 올라간다. 대기오염이 인간의 건강, 노동 생산성, 경제 성장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제껏 방대하게 진행됐지만 금융 시장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미비했다.
뉴질랜드 매시대 연구진은 대기오염과 투자자산의 가격이 효율적인 시장의 개념에 반해 움직이는 ‘이상현상(Anomaly)’, 자산의 가격이 본질적 가치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가격오류현상(Mispricing)’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대기오염이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며 대기오염에 대한 주의 환기와 환경정책으로 이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했다.
이상현상을 이용하면 시장의 평균 수익을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순이익가격비율(Earnings to Price Ratio·주당 순이익을 주가로 나눈 지표)’과 실제 자산가치의 차이로 이상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과거 순이익가격비율이 높았던 저평가 주식은 매수하고 이 비율이 낮았던 고평가 주식을 매도하는 롱숏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비정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가 즉시 가격에 반영되는 효율적 시장에서는 비정상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낮아야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순이익가격비율 등 16가지 이상현상으로 가격 오류 점수를 산출했다. 우선 이상현상마다 주식을 10분위 포트폴리오로 분류했다. 비정상 수익률 기준 최상위 10% 주식을 포함한 1순위 포트폴리오는 가장 저평가된 주식의 집합체다. 반면 최하위 10% 주식은 10순위 포트폴리오에 속한다. 16개 이상현상별 포트폴리오의 순위를 통합한 값이 각 주식의 가격 오류 점수다. 이 점수가 낮을수록 저평가, 높을수록 고평가된 주식이다. 연구진은 최하위 10%에 속한 저평가 주식은 사고, 최상위 10%의 고평가 주식은 파는 롱숏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대기오염 수준에 따른 수익률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대기오염 정도가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공해(高公害) 기간의 롱숏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1.87%, 하위 20%인 저공해(低公害) 기간의 수익률은 0.58%를 기록했다. 즉 대기오염 수준의 고저에 따른 수익률 차이가 월 1.29%(연 15.48%)에 달했다. 대기오염이 월 1%포인트 증가할 때 수익률은 3.5%포인트 상승했다. 주식시장의 이상현상과 가격 오류에 기반을 둔 투자전략이 유효하며, 대기오염이 주식시장의 비효율을 조장한다는 의미다. 대기오염이 투자자의 인지능력을 약하게 하고 투자편향을 악화한다는 간접적 증거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투자자들이 대기오염에 주의를 기울이면 대기오염 정도와 주식시장의 효율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조사했다. 구글에서 ‘대기오염’ ‘대기질’ ‘오염물질’ ‘미세먼지’ ‘오존’ 등 공해 관련 키워드의 검색 빈도가 높으면 대기오염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분석 결과, 대기오염 관련 검색이 1%포인트 늘어나면 대기오염이 0.79%포인트 감소했고 롱숏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0.15%포인트 낮아졌다. 대기오염에 대한 관심이 환경과 시장의 효율성을 모두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미국 연방의 프로그램인 ‘CAIR(Clean Air Interstate Rule)’의 유효성도 검증했다. CAIR 시행 2년 후, 미국 내 대기오염은 6.75%포인트, 롱숏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2.87%포인트 감소했다. 정부의 환경정책이 대기오염 감소와 시장의 효율성 증대에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대기오염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심각한 환경 위협이 됐다. 대기오염이 경제와 건강에 미친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주식시장이 경제 발전의 중요한 척도요, 촉매제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주식시장에 대한 대기오염의 위협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과 자율적 회복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전제조건으로 볼 수 있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39호(2022년 2월 2호)에 게재된 ‘대기오염이 투자 편향과 주식시장 비효율성 부추긴다’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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