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신냉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고강도 금융제재에 이어 러시아산 원유의 금수 조치까지 검토에 들어갔다. 서방 대 러시아의 충돌 수위는 최고조다. 미-중에 이어 미-러 간 갈등까지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외교안보 현실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핵전쟁까지 위협하며 폭주 중이다. 그 여파는 전 세계 안보는 물론 경제와 사회 등 모든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더 밀착하며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흔들려 할 것이다. 혼란을 틈타 북한은 올해에만 9번 미사일을 쏘아댔다. 핵개발과 ICBM 발사도 재개할 태세다.
이에 대응할 우리의 외교력과 안보 태세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동맹인 미국과의 신뢰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고, 한일 관계는 최악 수준까지 추락했다. 쿼드(Quad)와 오커스(AUKUS)를 축으로 한 반중 연합전선에서 한국은 패싱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축소, 연기로 연합 방위력도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대선 후보는 누가 되든지 현 정부의 이런 실패를 딛고 대외정책을 끌고 가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외교적 노력을 통한 평화’, 윤석열 후보는 ‘힘을 통한 억지력’을 앞세워 각각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약에는 이행이 쉽지 않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내용도 적지 않다. 이 후보가 내건 실용외교는 자칫 미국과 중, 러 모두에게 외면받는 위험한 줄타기 외교가 될 수 있다. 그는 종전선언 재추진을 공약했지만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의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워싱턴 조야의 반대가 크다. 대북 선제타격론을 거론한 윤 후보의 강경 기조는 초반부터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윤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서는 장소와 시기 등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교안보 공약은 두 후보가 유사 공약을 쏟아낸 다른 분야와 달리 접근 방식에 있어서 차이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북한은 물론 미-중-일-러 4강 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공약의 큰 방향성부터 세부 내용까지 꼼꼼히 뜯어보고 신냉전 속 안보 격랑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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