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숨을 죽이고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병사와 시민의 영웅적인 항전에 감동하고, 응원하고, 그리고 궁금해한다. 전쟁은 언제, 어떻게 끝날까? 러시아는 무슨 생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푸틴은 노망인가 오판인가? 아니면 독재자의 말로인가? 이 전쟁 후에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
세계의 전문가들이 이런저런 전망을 내놓지만, 아직은 추정에 불과하다. 정확한 분석을 할 만한 정보는 베일 속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잘 싸우고 있지만 승리의 길은 아직 위태롭고 멀어 보인다. 러시아군이 허우적거린다고 해도 덩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푸틴은 가시적인 성과 없이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성과를 거둔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피해자가 될 것이다. 설사 항복을 받아 친러 정권을 세운다고 해도 통치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에 수십만의 군대를 주둔시켜야 하고, 그 역시 장기적인 통치를 보장하지 않는다. 엄청난 군사비, 전쟁 후유증, 국민의 불만은 선전과 꼼수로 막을 수 없다.
러시아가 철군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는 파괴된 땅에서 다시 일어나야 한다. 고난의 길이 앞에 있지만, 멀리 보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이 전쟁은 전 세계인이 인권의 가치를 얼마나 깊게 공유하며 강대국의 횡포를 증오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의 후퇴와 중국의 횡포를 걱정하지만 반대로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파트너를 얻게 되었다. 독일이 재무장하고, 유럽의 군사력은 급격히 불어날 것이다. 러시아 덕에 군축과 평화가 남매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커져 갈 것이다. 동유럽 국가의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요구는 높아지고, 어쩌면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EU는 그동안 완고하게 유지해 오던 EU의 이상과 운영원리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그 덕에 미국은 태평양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가 꼭 좋은 결과만 가져온다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미래는 미지의 세계이다. 이제 진짜 21세기가 시작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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