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기 노래’를 해야 한다[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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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이무진 ‘신호등’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숨어 있는 가수를 발굴하는 ‘싱어게인2―무명가수전’ 결선 무대에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지난해 시즌1의 수상자들인 이승윤, 정홍일, 이무진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1년 만에 친정 프로그램에 금의환향해 시즌2의 참가자들과 함께 특별한 무대를 꾸몄다. 그 가운데 이무진의 모습은 특히 더 인상적이었다. ‘성장’이란 낱말이 그 무대에 적합해 보였다. 1년 사이에 이무진은 ‘신호등’이라는 히트곡을 만들어냈고, 무대 위 모습은 시즌1에 참여했을 때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져 있었다. 특유의 리듬감과 독특한 음색은 그대로였다. 신뢰할 만한 음악가가 탄생한 것 같았다.

개인적으론 오디션 프로그램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부정적이라기보다는 회의적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나는 새로운 ‘창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존에 있는 노래를 다시 부르게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수의 ‘명창’이 탄생했지만 그들이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큰 관심을 모으며 탄생한 그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저 ‘행사’를 뛰거나 오디션 중독자처럼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입상자 가운데 한 명일 뿐인 이무진이 인상적인 건 그가 자신의 노래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늘 자신을 ‘기타 치며 이야기하는 싱어송라이터 이무진’이라고 소개한다. ‘싱어게인’에 출연하기 전부터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왔다. 남의 노래를 부르며 이름을 알린 뒤엔 바로 자신이 직접 만든 자작곡 ‘신호등’과 ‘과제곡’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이무진을 눈여겨보게 된 건 결국 ‘자기의 것’을 갖고 있는지 여부다. ‘신호등’은 이제 막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선 20대의 고민을 담은 노래라고 한다. ‘과제곡’은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이무진이 실제 과제로 제출한 곡이다. 2000년에 태어나 실용음악과를 휴학 중인 이무진만이 쓸 수 있는 곡들인 것이다. ‘이무진만이’란 표현은 자랑스러운 훈장 같은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엔 ‘남의 노래 자랑’이 넘쳐난다. 기존의 노래를 부르며 그 무대에선 감동을 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노래와 이야기가 자기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감동은 대부분 금방 휘발된다. 원고를 쓰기 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던 스타들의 이름을 확인해봤다. 그 가운데 지금 대중음악계에서 유의미한 활동을 하는 음악가는 몇 없다. 그 몇 안 되는 이름들은 대부분 자신의 음악을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결국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이무진을 비롯한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에게서 남의 이야기가 아닌 더 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싱어게인#자기 노래#이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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