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문제가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이 사면을 건의하면 문 대통령이 수용해 ‘원 포인트 사면’을 하거나 퇴임 하루 전인 부처님오신날(5월 8일)에 맞춰 사면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이상민 의원은 “자연스럽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라며 “다음 대통령한테 미룰 일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절 때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를 단행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제외했다.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라는 이유였다. 고령이지만 구속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건강 상태도 박 전 대통령만큼 나쁘진 않다는 등의 설명이 뒤따랐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횡령과 뇌물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돼 재수감됐다. 1년 4개월여 지났다. 수사 과정에서 구속됐던 것까지 포함하면 총 수감 기간은 2년 3개월가량 된다. 박 전 대통령의 4년 9개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길다. 만 81세로 각종 지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은 현 정권으로선 내키지 않거나 부담스러운 이슈일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하자 문 대통령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박한 적도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현 정권 내에선 풀려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럴수록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그 의미가 더 클 수 있다.
직전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장기간 구속돼 있던 상황 자체가 우리나라의 불행한 역사였다. 검찰 시절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던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빨리 석방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무엇보다 지금은 통합의 시간”이라며 포용을 강조했다. 퇴임 전 사면 문제를 깔끔하게 매듭짓는 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접고 새 시대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을 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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