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제여단 의용군이 무려 2만 명이라는 소식이 들리더니 오늘은 러시아군이 키이우 25km까지 접근했다고 한다.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의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해 국제여단이 참전했다. 유럽의 자유주의 지식인, 사회주의자, 코민테른의 지원을 받는 국제 공산당, 경제 공황으로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던 사람들…. 하여간 다양한 사람들이 스페인으로 왔다. 이 중에는 헤밍웨이,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 앙드레 모루아, 조지 오웰 같은 유명 인사들, 아니 이 전쟁으로 유명해지거나 더 유명해질 사람들도 있었다.
모루아는 이 참전으로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명성을 얻었고, 작가, 역사가, 정치가로 맹활약을 했다. 근래에는 스페인에서 그의 행적은 과장된 것이고, 실제로는 모리배에 가까웠다는 폭로가 있었다. 헤밍웨이도 실제 참전은 하지 않았고 허세에 언론 플레이만 하고 다녔다고 한다. 좌우간 그는 스페인 내전에서 일생의 명작을 두 편이나 썼다.
행동이 맘에 안 들어도 모루아는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희망’이란 소설을 남겼다. 전쟁의 양상을 다큐 형식으로 묘사한 이 소설은 승리의 희망이 사라지고, 수도를 향한 프랑코군의 최후의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반군의 반격이 성공해서 5km, 10km 전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장면으로 끝을 낸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제목이 희망이다.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들으면서 ‘희망’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우크라이나의 국제여단은 스페인의 여단보다 훨씬 정예이고 내부에 역겨운 기회주의 지식인도 없는 것 같다. 다만 그들이 상대하는 적도 프랑코의 군단과 모로코 용병보다 훨씬 강대하다. 그때는 코민테른이 국제여단을 지원했지만 지금은 서방세계가 국제여단을 지원하고 있다.
스페인은 프랑코의 승리로 끝났지만 우크라이나는 절대 푸틴의 승리로 끝날 수 없다. 단기적인 성과를 거둔다고 해도 길게 보면 반드시 실패로 끝날 것이다. 다만 지금 푸틴에겐 퇴로가 없다. 정녕 우크라이나군의 진짜 승리만이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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