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정 폐지… 검증 공백 없도록 법령 정비하고 역할 분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6일 00시 00분


尹당선인-安인수위원장 티타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14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 윤 당선인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尹당선인-安인수위원장 티타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14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 윤 당선인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대통령실에는 인사 추천 기능만 보유하고, 공직자 검증은 법무부와 경찰 등에서 상호 견제와 균형 원칙에 따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방수사국(FBI)에서 주로 인사검증을 하는 미국 사례를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까지는 국가정보원의 ‘존안 파일’이 가장 중요한 인사검증 자료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정원은 검증 업무에서 배제됐다. 갑자기 업무를 맡게 된 경찰은 3000여 명의 정보경찰에게 사발통문을 돌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하다 보니 기초적인 세평(世評)을 수집하는 데 그쳤다.

FBI가 공직자윤리국(OGE) 국세청(IRS) 등과 함께 탐문조사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을 2, 3개월 동안 검증하는 것과 비교하면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공직자는 33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몇 배수인 후보군을 경찰이 정밀하게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직자의 비위 여부를 점검할 법무부를 포함해 다른 정부기관과의 역할 분담 및 협업이 이뤄져야 검증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

법령에도 허점이 있다. 경찰 등 정부기관이 인사검증에 관여할 명시적 규정이 없어 위법 논란이 있었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법’을 만들어 정부기관의 검증 참여를 명문화하자는 논의가 10여 년 전부터 국회에서 있었지만 무산됐다. 미국은 1950년대 이후 대통령 행정명령에 의해 FBI가 주도하는 인사검증이 정착됐고, 이후 부처 간 협업 노하우가 쌓였다. 법 제정이 어렵다면 대통령령에 단계별 검증기관, 권력남용 방지책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도 검증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경찰이든 법무부든 정부기관이 공직자의 자질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 가장 필요하다. 인사권자가 검증 결과를 존중하려는 의지도 중요하다. 인사권자가 자기편이라는 이유로 기준에 미달한 공직자를 발탁하면 검증시스템은 허물어지고, 인사 참사는 되풀이될 수 있다.
#윤석열#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법령 정비#역할 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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