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용]첫 평준화세대 대통령에게 거는 세 가지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6일 03시 00분


지방 인재유출 막아야 균형발전
낡은 고교평준화 보완책 마련해야

박용 부국장
박용 부국장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4일 첫 기자회견에서 지역균형 발전이 포함된 다섯 가지 국정 청사진 과제를 제시했다. 안 위원장은 “좋은 직장이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 지방 청년들이 떠나면서 지역은 저출생 고령화가 심화하고 수도권은 직장 부족과 높은 집값으로 결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역균형 발전 실패가 저출생의 근본 원인이라는 걸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참신하지만 해법은 간단치 않다.

미국 도시들의 아마존 본사 유치 경쟁에서 보듯이 대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건 쉽지 않고 세금도 많이 든다. 정부가 혁신도시를 만들고 억지로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끌어다 놔도 인재 유출은 계속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나간 순이동 인구가 10년 전에 비해 10대는 46.4%, 20대는 51.7% 늘었다. 30대는 순유출로 전환됐다. 좋은 직장이 필요하지만 이걸론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일자리 문제에 시선이 고정돼 정작 간과하고 있는 건 지역 인구 유출이 취업 적령기 전보다 훨씬 빠른 10대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지역에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고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는 시기에 인재가 빠져나간다. 예전엔 지역 명문고와 짱짱한 지방 국립대가 젊은 인재를 붙잡아두는 ‘자석’ 역할을 했지만 1974년 시작된 고교 평준화 이후 명문고는 사라지고 국립대는 명성을 잃고 있다. 인재가 사라진 지역엔 기업들의 관심도 끊긴다. 비수도권 기업의 절반이 ‘인력 확보’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역 정치인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교육 인프라를 놔두고 기업과 일자리만 외칠 때 균형발전 실패는 되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통합은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서 국민을 제대로 모시고, 각 지역이 균형발전을 할 수 있도록 지역발전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실력이 인재 발탁의 원칙이며 지역 인재 할당은 공정하지 않다는 윤석열식 ‘능력주의’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하향 평준화의 길을 걷고 있는 지방 교육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능력주의 원칙만 강조하면 이 역시 또 다른 차별과 불공정 논란을 낳는다.

1979년 서울 충암고를 졸업한 윤 당선인은 헌정 사상 첫 ‘평준화 세대’ 대통령이다.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고 명문고 중심 학력주의 폐단을 없앤 고교 평준화의 장점과 학생 선택권 제약과 같은 단점을 모를 리 없다. 평준화의 장점은 살리되 단점은 보완하는 ‘평준화 2.0’ 대책이 있어야 윤석열식 능력주의도, 안철수식 지역 균형발전도 산다. 무엇보다 지역 특성화고 취업률을 다시 끌어올리고, 학생들이 재능을 살려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고교를 만들고, 중고생보다 낮은 대학생 1인당 교육비를 높여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에 특화된 지방 명문대부터 키워야 한다. 이렇게 길러낸 지역 인재가 경기도에서 멈춘 대기업 ‘남방한계선’을 무너뜨리고 기업을 끌어오는 자석이 된다. 지방 소멸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 서부 변방이었던 실리콘밸리가 세계 혁신기업의 수도가 된 것은 스탠퍼드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정부가 제일 먼저 추구해야 할 세 가지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씀드릴 겁니다. 교육입니다. 교육이지요, 교육이라고요”라고 말했다. 평준화 세대 첫 대통령에게도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제일 먼저 추구해야 할 세 가지를 묻고 싶다.

#첫 평준화세대 대통령#세 가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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