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고, 가까워지고.” 누군가 내게 앞으로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뀔지 물어본다면 내 답변은 이렇다. 재택근무나 거점 사무실 확산은 코로나19 극복과 상관없이 확산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직장이나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물리적 거리는 과거보다 더 멀어진다.
반면에 코로나로 대표되는 불확실성의 증가와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테크놀로지 등 복잡한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가깝게 협업해야 하는 경우는 점점 더 늘어난다.
물리적으로는 서로 떨어져 일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모여 일해야 하는 시대에 리더들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혁신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위험요인이 무엇인지를 미리 찾아내야 한다.
올해 초 넷플릭스를 통해 발표된 다큐멘터리 ‘다운폴’은 어떻게 보잉737맥스 항공기가 2018년과 2019년 두 번에 걸쳐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졌는지를 파헤친다. ‘다운폴’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왔던 보잉사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월가 투자자를 더 우선시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현장의 문제가 발견되어도 비용 절감 등의 압력으로 이를 위로 보고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저하됐다. 이러한 리더십과 조직문화 문제점이 불과 6개월 사이에 두 번에 걸친 추락으로 3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무엇이 최고의 팀을 만드는지 구글이 연구했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결국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이디어나 질문, 문제점 제기 등을 조직 내에서 제기하는 것에 두려움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이 개념은 최근에 들어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실은 조직문화 연구의 기반을 닦은 대표적인 학자인 MI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에드거 샤인이 리더십 학자로 유명한 워런 베니스와 함께 1965년에 제시했던 것이다.
평생을 조직문화 연구에 바쳤던 샤인 교수는 21세기 리더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고, 뉴노멀 속에서 조직문화를 이끌기 위해 필요한 도구로서 무엇을 제안했을까?
그는 ‘리더의 질문법’에서 20세기 리더들은 자신이 해결책과 위험요인을 다 알고 있고, 따라서 팀원들은 자신의 방향 제시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다면, 앞으로 리더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며, 함께 아이디어와 문제점을 자유롭게 이끌어내기 위해 “겸손한 질문(humble inquiry)”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겸손이란 성격적 특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격과 무관하게 자신이 조직을 이끌기 위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질문을 통해 던지라는 뜻에서 그는 “지금 여기에서의 겸손(here-and-now humility)”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직원 개인과 팀 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하원의장을 지낸 토머스 오닐은 자신의 팀과 회의를 할 때 이런 질문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요즘 여러분이 듣는 이야기에는 무엇이 있나요?” “특별한 것들이 있나요?” 그리고 그는 침묵을 지켰다. 자신이 정치판이나 여론에서 들리는 것을 모두 안다고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것을 보좌관들은 알 수 있다고 가정하고 겸손한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최근 겨울올림픽 빙상 계주를 보며 많은 국민들이 응원했다. 샤인은 ‘리더의 질문법’에서 조직 경영을 이어달리기에 비유했다. 계주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각자 선수들이 빨리 달리는 것 못지않게 서로 바통을 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 경쟁력이 뛰어나도, 서로 협력이 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조직 내부에 협력 문화를 만들기 위해 샤인은 겸손한 질문을 강조한다.
평생을 조직문화 연구에 바친 샤인은 ‘조직문화 개선’과 같은 거대한 이야기보다 현장에서 리더의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요구한다. 그 핵심은 소통 방식을 단언하는 것에서 겸손한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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