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에서 연어 요리를 빼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다. 국내 유통 연어의 98%는 노르웨이산 북대서양 연어다. 생연어를 36시간 이내에 항공 직송해 왔는데, 러시아 영공 폐쇄로 우회하면서 항공 운임이 치솟았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노르웨이산 생연어 도매가는 3주 전보다 90% 폭등했다. 러시아산 수입 물량이 많은 명태와 킹크랩, 대게 가격도 뛰고 있다. 메뉴 단가를 맞출 수 없게 됐다.
▷연어는 ‘회춘 비타민’ ‘바다의 쇠고기’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대중화 계기가 됐다.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노르웨이 등 먼 곳에서 수입한 수산물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사람들의 식습관도 서구화됐다. 1997년 2000t이던 연어 수입 물량은 지난해 20배인 4만 t을 넘어섰다. 어느새 ‘국민 횟감’ 광어가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어 자급 노력을 계속해 왔다. 1968년부터 매년 새끼 연어를 방류해 왔는데 회귀율이 1%도 안 됐다. 대안으로 양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60조 원에 이르는 세계 연어시장의 80%가 양식이다. 연어는 생육 수온이 17도 이하인데, 여름철 동해바다 수온이 올라 양식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고안한 게 부침식 가두리다. 새끼 연어를 먼바다 가두리에 투입한 뒤 더워지면 최대 수심 25m까지 내려 수온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연어를 국내산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연어 값이 뛰면 당분간 다른 생선을 먹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품목이 더 많다. 어제 전국 휘발유 가격은 9년 5개월 만에 L당 2000원을 돌파했다. 미국이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다. 광물 가격도 급등했다. 반도체 핵심 소재인 네온가스가 작년의 갑절로, 알루미늄과 니켈은 약 40% 치솟았다. 곡물 대란 걱정도 커지고 있다. 밀과 보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이 세계 수출량의 3분의 1이다.
▷이번 사태는 냉전 해체 이후 정치적 고려보다 원가와 효율성을 따져 구축한 글로벌 조달 체계의 미래에 숙제를 던지고 있다. 현 체계가 국가 간의 의존도를 높여 전쟁의 위험을 줄이는 순기능도 하지만, 유사시에는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어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 내에서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자원이 없어 수출입 모두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점점 험난해지는 국제 환경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