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융·복합적인 문화지원 필요하다[기고/김보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8일 03시 00분


김보름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김보름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대선이 끝났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고 있다. 인수위의 활동은 원칙적으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약집에 담긴 문화정책 관련 내용은 매우 빈약하다. 그 요인을 따지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새 정부의 실제적인 문화정책 방향이다. 당선인의 국정 기조에 부합한 문화정책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문화정책은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문화를 경제가 아닌 사회복지로 보는 시각에서는 산업적 성장이나 자율적 생태계를 고려하기 힘들다. 인수위 경제2분과는 산업과 일자리를 주관하는데, 일자리에 관해서라면 문화가 어떤 분야와 비교해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새 문화정책은 시장 중심의 자율적 생태계를 만들고 창의와 경쟁을 통해 예술가와 예술조직이 스스로 성장해 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은 문화가 전제 왕권이나 교회나 정부에 의존해 발전하는 시대가 아니다. 문화 분야는 르네상스 이후 근대 시장 체계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존하고 발전해왔다. 최근 우리 문화의 눈부신 성과로 기억되는 ‘오징어게임’과 ‘기생충’, 그리고 ‘BTS’ 같은 사례가 과연 정부 지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둘째, 산업적 접근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이 소비자 중심의 문화정책이다. 문화를 시장 중심으로 다룬다고 해 문화의 상업화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현명한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때때로 유행에 휩쓸리면서도 결국은 양질의 문화를 선택해왔다. 소비자 중심 문화정책이란 정부가 우수한 문화를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소비자가 자신의 취향과 선호에 따라 원하는 문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한정된 정부 지원을 두고 서로 다투며 반목하기보다는 문화소비자와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다종다양한 지원사업을 과감하게 통폐합해 단순화해야 한다. 정부 지원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는 공공지원 기관이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원만 늘린다고 예술가들이 부유해지고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경제학자이자 시각예술가인 한스 애빙은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라는 책에서 정부 지원의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해 꼬집었다. 정부 지원이 확대될수록 예술가들이 시장보다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게 되고, 역량이 충분하지 못한 예술가의 시장 진입이 과도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별 예술가는 오히려 가난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전통적인 장르별 지원에서 벗어나 융·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예술 장르 간의 융·복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련 생태계에서 실질적인 융·복합이 일어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 등 새로운 디지털 영역을 비롯해 도시계획, 창의교육, 노인복지, 소외문제 등 문화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력으로 연계와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이러한 방향을 통해 문화는 정부 의존형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하며 새로운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인수위#융·복합적 문화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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